국세청이 SC제일, 한국씨티, HSBC, 도이치은행 등 외국계 은행 4곳이 룩셈부르크에 설정한 역외펀드(시카브펀드)와 관련해 4000억 원 규모의 배당소득세를 추징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세청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4곳이 위탁관리를 맡고 있는 시카브펀드와 관련해 은행 측에 2006년 이후 발생한 배당소득에 대해 추가세금을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그동안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시카브펀드는 한국과 룩셈부르크 정부가 맺은 ‘이중과세 방지 조세협약’에 따라 배당소득에 대해 1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됐다.
하지만 국세청은 시카브펀드가 조세협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국내 펀드와 똑같이 22%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배당소득 가운데 과세가 덜 된 부분을 추가징수하기로 한 것이다. 조세협약에 ‘지주회사는 낮은 세율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조항에 시카브펀드가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국세청은 일단 조세부과 제척기간(세금을 추징할 수 있는 법정 기한)이 5년인 만큼 2006년분에 대한 4000억 원을 먼저 고지했으며 앞으로 순차적으로 나머지 기간에 대한 세금을 추징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룩셈부르크를 경유해 세금을 탈루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며 “배당소득세는 원천징수 의무자인 은행들이 먼저 내고 은행은 시카브펀드에 투자한 자산운용사로부터 나중에 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룩셈부르크는 대표적 조세회피지역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세계적인 투자회사는 물론 국내 자산운용사도 시카브펀드를 잇달아 설정해 글로벌자금을 끌어모았다. 시카브펀드를 통해 국내에 투자되는 글로벌자금은 연간 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과세 방침으로 시카브펀드를 통한 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과세 조치에 반대하는 룩셈부르크 정부는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하며 문제를 조정하기 위한 ‘상호 합의’를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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