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11일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를 담당하는 전자 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미국발 경제위기와 반도체 값 하락 등 각종 악재에 대한 비상 점검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7시 30분경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경우 PC와 TV 등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반도체 가격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사업 전반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실물경기 침체 우려… 반도체 직접 챙겨 ▼
최근 D램 반도체 가격이 20% 가까이 폭락하고 삼성전자의 LCD 사업이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장단 회의는 긴장감이 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금융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한 데 이어 전자 계열사 사장단도 소집한 것은 이 회장의 위기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관계자는 “미국 금융위기, 반도체 가격 급락 등 변수가 잇따라 생겨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장시간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반도체에 애정이 깊은 이 회장이 최근 불안 요인이 늘어나고 있는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기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분기당 2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실상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사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소비자들까지 TV와 PC 구입을 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최근 반도체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만 반도체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시장 주력제품인 DDR3 1Gb D램의 8월 상순 고정거래 가격은 0.61달러로, 7월 하순의 0.75달러에 비해 18.7% 추락했다. 이날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는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 우남성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조수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장, 김재권 삼성LED 사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 주요 그룹도 비상경영대책회의를 열며 경기침체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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