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9영업일간 5조894억 ‘매물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 리먼사태 때와 비교해 보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 공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2일 시작해 9거래일간 이어진 매도 공세는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사태 수준에 버금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계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가 크게 올라 증시 분위기가 좋아진 12일에도 외국인들은 2792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추락하기 시작한 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 순매도 누적액은 총 5조894억 원. 이 규모는 증시 폭락 직전일인 1일 시가총액 1225조 원의 0.42%에 이른다.

이는 2008년 5월 1888.88까지 치솟던 주가를 938.53으로 반토막 낸 리먼 사태 때의 순매도 강도에 버금간다. 당시 리먼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되자 패닉에 빠진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에서 10월 15∼28일 10일 연속 총 3조2575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2008년 10월 14일 기준 시가총액(695조 원)의 0.47%에 이르는 규모다. 순매도 금액은 이번 위기 때가 더 많았지만 시가총액 대비 순매도 비중은 리먼 사태 때가 다소 높았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외국인이 2∼11일 8일 연속 순매도한 규모는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시가총액의 1.46%였다고 분석했다. 이는 리먼 사태 때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이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1.8%에 근접하는 수치다.

그는 “외국인 매도 규모가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외국인이 현재의 위기를 리먼 파산 때와 동등한 국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리먼 때보다 강한 매도 공세를 펼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당시와 같은 매도세를 보인다면 1조5000억∼2조 원어치를 추가로 팔아치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 증시 탈출’을 주도하는 자금은 유럽계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럽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8일 221억 원에서 9일 8759억 원, 10일 1조2446억 원으로 갈수록 급증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유럽계 자금을 주축으로 한 외국인 매도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걱정스러운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외국인들은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계속 그 흐름을 지켜가는 경향이 있어 매도세가 잦아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미국 경기침체나 유럽 재정위기가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던 투자자들이 비관적으로 돌아선 여파가 크다”고 설명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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