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체인 A사는 최근 한 대기업의 전산망 구축 사업에 참여하면서 ‘소스코드’(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일종의 설계도)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대기업 측이 유지보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달라고 한 것. 이 대기업은 소스코드를 받은 뒤 A사와의 거래를 끊었다. 소프트웨어의 핵심적인 지식재산권인 소스코드를 훔쳐간 것이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대기업이 고정적으로 납품을 받겠다는 명목으로 핵심 기술을 중소기업에 요구한 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신제품을 내놓는 경우는 아주 고전적인 기술탈취 사례로 꼽힌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방지하기 위해 대기업이 부당하게 기술 자료를 요구하고 이 기술 자료를 유용하면 3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탈취 여부를 입증하기가 어려워 중소기업은 여전히 힘겨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한 기술의 연구개발(R&D)에 회사의 명운을 건다. 우수한 연구인력이 부족한 환경을 딛고 제대로 된 기술 하나만 개발하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땀 흘려 개발한 아이디어를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기업에 빼앗기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대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에 조금만 협력하면 중소기업은 날개를 달게 되고, 대기업도 그 혜택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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