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농산물 시장이 개방된 후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거나 본격 협상에 돌입했다. 높은 관세로 해외 농산물의 국내 반입을 억제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전면적인 농산물 개방시대다.
개방이 확대된 지난 15년간(1995∼2010년) 우리 농업은 당초의 우려와 달리 연평균 1.6%의 실질성장을 해왔다. 수입 농산물과의 심한 가격 격차에도, 한국농업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유는 농축산물의 가치가 가격뿐 아니라 맛과 안전성, 신선도, 브랜드 등의 품질 서비스 경쟁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가격을 앞세우는 대중시장(Mass Market)의 큰 흐름 속에서도 차별화된 품질 서비스를 내세우는 정밀시장(Precision Market)의 몫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농업은 호당 평균 경작 면적이 1.5㏊로 전형적인 소농경영체다. 따라서 대규모 기업농과 경쟁하려면 품질과 서비스를 차별화해야 한다. ‘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강·소·농) 육성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한국의 소농경영체가 강소농으로 거듭나는 길은 힘들고 멀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생산과 유통과정을 혁신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시장 변화에 맞추어 능동적으로 상품을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생산성뿐만 아니라 상품성도 향상시켜야 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해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야만 한다.
문제는 이 모든 일을 소농 단독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영 내용을 장부에 기록해서 경영의 잘잘못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자기점검 능력을 배양하는 일부터 마케팅과 기술개발 같은 고도의 경영기술을 정부가 조직적으로 지원해야만 한다.
강소농은 결국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경영주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따라서 관행적인 물량(시설 또는 자금지원) 중심의 정책을 뛰어넘어 교육과 컨설팅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
이와 함께 농업인 스스로도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를 바라보고 의존할 게 아니라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입농산물과 경쟁하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육성된다면 강소농은 값싼 가격을 무기로 밀려드는 수입농산물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다윗’이 될 것이다. 강소농 육성사업을 단순히 농촌지도사업의 일부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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