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유값 인상에 나서려는 유제품 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16일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L당 원유(原乳)값 130원 인상에 합의해 유제품의 가격 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자 선수를 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우유업계는 “원가가 올랐는데 제품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당혹해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8일 “원유값 인상을 틈타 우유업계가 관련 제품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인상하면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격구조를 분석한 결과 원유값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이 많지 않다”며 “인상을 최소화하든지,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유업계는 이번 인상으로 L당 300∼400원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올해 (구제역 여파로) 우유 생산량 감소를 우려해 2월 외국산 우유제품 원료의 관세를 폐지했다”며 “이로 인해 우유업계가 얻은 이익이 많은 만큼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우유업계는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정부 방침이 너무 가혹하다며 울상이다. 2008년부터 유제품 가격을 동결한 우유업계로선 올해 관세를 폐지한 것만 갖고 가격을 유지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우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인건비, 기름값 등이 많이 올랐지만 제품 가격은 동결해 가격 인상 압박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축산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의 발표가 자칫 중소 우유업체들을 도산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올해 관세를 폐지한 것은 먹는 우유가 아닌 식품가공용 원유로 이를 사용하지 않는 상당수 중소업체는 사실상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성식 연세대 교수(식품공학)는 “원유값 인상시기가 기업들의 예상보다 1년 앞서는 바람에 인상 요인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데다 관세 혜택은 일부 대형업체에 돌아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23일 우유업체, 대리점, 대형매장 관계자 등을 불러 원유값 인상에 따른 우유제품 가격 결정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인상을 자제할 것을 거듭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대형 제과·제빵업체와 외식 체인이 있는 SPC그룹은 “우유값이 올라도 우유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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