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연간 구매액이 3500만 원 이상인 VIP 고객을 위해 마련한 ‘재스민룸’.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실내와 테라스에 마련됐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19일 대구 중구 계산동에 문을 연다. 총면적 11만9000m²(약 3만6000평)에 지하 6층, 지상 10층으로 대구지역 백화점 가운데 최대 규모다. 현대백화점 13호점인 대구점은 현대백화점의 다른 매장과 비교해도 규모가 가장 크다.
해외 명품을 현대 압구정본점 수준으로 강화했고, 결제하면서 차량번호만 알려주면 자동으로 주차 확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국내 백화점 가운데 최초로 도입했다.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을 통해 이 지역의 명품 고객들을 모두 잡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현대 압구정점’을 대구에 재현
개점 하루 전인 18일 오전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들어섰다. ‘좌(左)샤넬, 우(右)구치’를 중심으로 펜디 버버리 보테가베네타 카르티에 등 최고급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에르메스와 루이뷔통이 입점할 공간은 임시 벽에 가려져 있었다.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은 “에르메스와 루이뷔통은 프랑스 본사의 지시를 받다보니 백화점 오픈 시기에 맞추지 못했다”며 “에르메스는 10월 말, 루이뷔통은 내년 봄에 매장을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에르메스, 티파니, 토즈, 클로에, 발렌시아가 등 15개 브랜드는 이번에 대구지역 백화점에 처음으로 들어오게 된다.
현대백화점 측은 대구점에 총 60개의 명품 브랜드를 유치할 예정이다. 하 사장은 “한때 ‘소비의 도시’로 불렸던 대구에서 지난 20년간 유통업이 더디게 발전하면서 고급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유통채널이 절대 부족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서울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자사 카드로 명품을 구입한 지방 고객의 분포를 조사한 결과 부산·경남(26.5%), 대구·경북(15.4%), 울산(14.8%)이 1∼3위였다. 부산과 울산에는 이미 현대백화점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현대백화점 카드도 많이 보급됐다. 백화점도 아직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경북지역이 2위에 올라선 것은 이곳의 명품 수요가 지방 최고 수준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국세청이 지난해 종합소득금액 상위 신고자 총 35만7081명의 지역 분포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구는 4.9%로 서울(36%), 경기(22.8%), 부산(7.2%)에 이어 4위였다.
○ ‘VIP 모시기’ 전쟁 본격화
현재 대구지역 백화점 중에선 2003년 북구 칠성2가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매출이 가장 크다. 롯데 대구점은 루이뷔통 샤넬 구치 프라다 등 약 30개의 명품 브랜드를 갖추고 지난해 46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백화점은 18일 이철우 사장 지시로 대구점과 상인점에 경쟁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오픈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하 사장은 “현수막 소식을 듣고 이 사장에게 감사 전화를 했다”며 “당장 기존 백화점을 따라잡겠다고 덤비기보다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분위기가 좋지만 물밑에선 백화점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7, 18일 대구점의 연간 명품 구매액 5000만 원 이상 VIP고객 20명을 서울로 초청해 롯데호텔 잠실에 투숙하게 하면서 뮤지컬 감상, 스파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5년 완공을 목표로 백화점과 문화·업무시설이 결합된 동대구점을 조성하고 있다.
지역 백화점들도 ‘VIP 사수’에 나섰다. 대구백화점은 기존의 3개 VIP그룹에 더해 최근 ‘그린 DMC’ 그룹을 신설하고 이에 속하는 고객 1000여 명에게 무료주차 서비스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또 동아백화점 쇼핑점은 명품 멀티숍 ‘럭셔리 갤러리’를 기존 매장의 3배 규모(660m²)로 늘려 19일 개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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