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을 넘나드는 해외 기업 인수합병(cross-border M&A)이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량 기업 매물이 속출하면서 해외 기업 M&A는 성장을 꾀하는 기업들에 필수 고려 대상이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가 본격화하면서 과감하게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의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인구 고령화 및 저성장으로 인해 해외 사업을 확장해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 하지만 M&A 성공 확률이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하물며 국가 및 기업 간 문화가 판이하게 다르고 법률·규제 등이 생소한 해외 기업 M&A의 승률은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M&A 실패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경영 전문가들은 주원인으로 인수 후 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의 실패를 꼽는다. 특히 문화와 비즈니스 관행이 서로 다른 나라의 기업 간 화학적 결합을 이루려면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PMI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DBR 87호(8월 15일자)는 해외 기업 PMI 작업에 성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 PMI는 기업 인수 ‘후(後)’가 아니라 인수 ‘전(前)’부터 준비
PMI는 인수-피인수 기업 간 서로 다른 전략과 프로세스, 조직, 문화 등 경영 전반의 다양한 영역을 통합하는 활동이다. 서로 다른 기능을 재배치하거나 통합함으로써 정보기술(IT) 시스템, 생산 설비 등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지휘체계, 일하는 방식, 보상제도 등 ‘소프트웨어’까지 하나로 융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인수 ‘후’ 통합이라는 글자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PMI=M&A 계약이 모두 끝난 후 시작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M&A 성공 확률, 특히 해외 기업 M&A 시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M&A 계약이 끝나기 이전 실사(due diligence) 단계에서부터 PMI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동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한국 기업은 실사 기간에 인수 금액과 조건 협상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물론 적정 인수 금액을 산정하는 것은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M&A의 궁극적 목적이 통합 후 가치 창출에 있는 만큼 실사 단계에서부터 PMI의 방향을 잡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MI는 ‘인수 후 통합’뿐 아니라 ‘인수 전 통합(Pre-Merger Integration)’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뜻이다.
○ 선(先)업무-후(後)전략 통합의 단계적 접근 필요
M&A가 끝난 후 실제 통합 단계에 들어갔을 때에는 부서별, 기능별 특성에 따라 통합 순서와 절차를 정해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통합의 순서를 면밀히 생각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통합을 추진하면 자칫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직원 간 적대적인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 M&A 후 통합 절차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느리게 통합을 진행하다 점점 통합의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는 방안, 업무 통합과 인적 통합을 분리해 차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류 교수는 “대개 업무 통합을 먼저 한 후 전략 통합을 실시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업무 통합은 각종 IT 시스템, 재무회계 규정, 재고 관리, 제품조달 계획, 자재소요 계획, 판매 분석, 주문처리 등 일반 경영관리 기능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업무 통합은 대개 12∼18개월에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 전략 통합은 생산라인 통합, 생산기술 통합 등을 뜻하는 물리적 통합과 인수-피인수 기업 간 문화를 통합하는 사회문화적 통합으로 세분할 수 있다. 전략 통합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단기간에 무리하게 추진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인수 후 첫 100일간 가시적 성과 도출해야
PMI의 목적은 통합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해 가능한 한 빨리 새 조직이 수익을 창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통합 절차가 느리고 더디게 진행될수록 의구심과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M&A 직후 인수기업의 20∼50%는 적게는 몇 달에서 많게는 몇 년 동안 생산성이 저하되는 ‘인수 후 표류기간’을 경험하게 된다. 많은 학자는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를 신속하게 바로잡고 표류기간을 단축하려면 정교한 통합 계획을 세워 신속하게 PMI를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속한 통합에 대한 정의는 기업 특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문가들은 ‘인수 후 100일’에 PMI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본다. 안동순 파트너는 “인수 후 초기 100일 동안에는 조직 재구성, 제도 개선 등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돼 피인수 기업 직원들의 사기가 고취돼 있고 변화에 대한 수용도도 높다”며 “인수 후 석 달 남짓한 기간에 가시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무·법무 실사 외에 문화 실사도 진행해야
M&A 실사 단계에서 재무·법무적 측면만 검토할 게 아니라 조직 구성원과 문화에 대한 실사도 함께 진행해야 PMI의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김경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해외 기업 직원들은 우리와 달리 이직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나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직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쉽게 전직을 고려한다”며 “해외 기업 인수 후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M&A 전 면밀한 인적자원에 대한 실사를 통해 적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사전 노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인수 기업의 문화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종덕 플레시먼힐러드CCW코리아 이사는 “문화 실사는 재무적 실사와 함께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양사 간 문화의 차이점을 찾아내고 향후 이를 통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도록 합병 회사 구성원들로 이뤄진 문화통합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7호(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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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센 일본이 참패한 까닭
▼ 전쟁과 경영
미드웨이해전 당시 일본군은 미군에 비해 항공모함의 수와 항공 전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은 미군에 참패를 당했다. 미군에 암호가 해독된 데다 수색기가 고장 나는 등 예기치 못한 불운이 겹쳤다. 하지만 전쟁에서 우연은 일상적으로 발생하기에 결국 일본군 전략의 실패에서 패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내내 용의주도하고 기발하며 꼼꼼했다. 하지만 미드웨이해전에서 일본군은 객관적 전력의 우위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함대를 분산시키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다. 일본군이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한 원인이 무엇인지, 또 현대 기업의 조직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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