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한 우리銀 가계대출 중단… 서민들 “사채 써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이달말까지 올스톱 대혼란… 당국 “전면중단 요청 안해”
은행 “대출증가율 낮추라 해”

주요 시중은행들이 8월 말까지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거나 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하면서 대출시장에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6월 말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전면 중단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금융당국과 은행 간의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담당 임원들을 불러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대비 0.6% 이내로 줄이라고 요청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지속적인 검사에 나서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농협은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등 신규 가계대출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만기 일시상환 및 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중단한다. 신한은행은 10여 가지 신용대출 중 일반신용대출, 대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한 엘리트론, 일반 급여생활자를 대상으로 한 샐러리론 등의 대출도 중지했다. 농협과 신한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각각 6월 말보다 1.4%, 1.0%씩 늘어 다른 은행보다 상당히 높았다.

우리은행도 생활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고 대출 심사도 대폭 강화했다. 하나은행도 과거 거래 실적이 우수하거나 다른 상품을 동시에 구입했더라도 대출 때 우대 금리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대출 증가 억제 효과가 따르는 방식이다.

18일 주요 시중은행들이 갑작스럽게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자 은행 창구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정말 안 되는 것이냐, 언제쯤 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 “대출 언제 받을 수 있나” 은행에 문의 빗발 ▼

금융당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6월 말 종합대책 발표 이후 줄곧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달라고 요청해왔는데도 시중은행들이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 결국 은행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니 이를 잘 관리해달라는 뜻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전면 중단으로 당국이 이를 지시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대출을 점진적으로 줄여야지 일방적으로 이달 말까지 중단하면 갑자기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중단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 안정대책과는 반대 방향이어서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주택담보대출이 갑자기 중단되면 주택매매 감소, 전세수요 증가로 연결돼 전세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지고 주택경기의 경착륙 가능성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임원은 “0.6%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부여받았는데 이 수치를 지키려면 일시적 대출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희망홀씨, 전세자금대출 등 서민금융상품의 대출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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