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美경제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3일 03시 00분


실리콘밸리 호황 훈풍, 위기의 월가 해고 폭풍

서부는 흥청망청 미국이 더블딥 우려에 시달리고 있지만 벤처자금이 넘쳐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다른 나라’ 얘기다. 위치기반 온라인거래장터를 운영하는 에어비엔비(Airbnb)는 최근 1억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새 사옥에 입주한 뒤 임직원들이 흥겨운 파티를 벌였다. 뉴욕타임스 제공
서부는 흥청망청 미국이 더블딥 우려에 시달리고 있지만 벤처자금이 넘쳐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다른 나라’ 얘기다. 위치기반 온라인거래장터를 운영하는 에어비엔비(Airbnb)는 최근 1억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새 사옥에 입주한 뒤 임직원들이 흥겨운 파티를 벌였다. 뉴욕타임스 제공
‘모두 변했지만 이곳만은 예전 그대로인 시간왜곡(Time Warp) 지대다.’

벤처기업의 자금이 넘쳐나는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를 두고 20일자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묘사했다. 미국이 재정위기에 이어 더블딥(경기 재침체)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곳에서는 남의 나라 얘기다. 반면 미 대륙의 건너편 동부의 뉴욕 월가는 연일 주가폭락에 이은 감원 소식에 한여름인데도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미 대륙 양단의 경제 중심지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 실리콘밸리 집값 평균 50% 상승

서부 새너제이에서 샌프란시스코에 걸쳐 있는 실리콘밸리의 호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집값이다. 미국의 집값 하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독 이 지역의 집값은 6개월 새 최고 50% 가까이 올랐다. 캘리포니아 주 샌카를로스 부동산업체인 레흐 리얼에스테이트의 알렉스 레흐는 “벤처자금이 몰려들고 있고 앞으로도 이 자금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자금줄은 역시 벤처기업이다. 올 2분기에 링크드인 그루폰 등 22개 기술 벤처기업이 증시에 상장했다. 이들 기업이 상장으로 회수한 자금만 55억 달러(약 5조9000억 원)에 이른다. 2008년 한 해 상장한 기술 벤처기업은 6곳에 불과했다. 벤처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어 임금이 상승하고 실업률도 다른 지역보다 낮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수십만 달러의 연봉에 100만 달러가 넘는 집과 무료 교육 등 각종 보너스를 받으면서 벤처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물론 실리콘밸리에도 미국 경제 불황의 여파가 미칠 수 있고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컨설팅기업인 글래스브이그룹의 애널리스트 리세 바이어 씨는 그런 걱정이 있다면 이곳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는 ‘더 위대한 바보이론(a greater-fool theory; 비합리적 투자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이론)’이 지배하는 곳이다. 합리적 투자만 한다면 누가 벤처기업을 세우겠느냐. 우리는 과도한 낙관주의자들이다.”

○ 월가의 감원 태풍

6월만 해도 월가의 세계적인 금융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의 건물 곳곳에는 직원들의 사진과 함께 사기를 북돋우는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2개월여가 지난 이달에는 어디에서도 이 포스터를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2000명의 감원 소식이 이 회사를 냉랭하게 휩싸고 있다.

연일 폭락과 상승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겪고 있는 월가에서 감원 소식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리크루팅업체인 케이바스먼인터내셔널의 팀 화이트 이사는 “월가는 살집을 줄인 데 이어 이제 뼈와 근육을 깎는 시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HSBC 골드만삭스 뉴욕멜론은행 등이 감원을 단행했다. 미 대륙 양단의 엇갈린 희비는 미 산업구조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산업의 퇴조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미국 경제를 수렁에서 건질 수 있는 희망은 여전히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휘어잡고 있는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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