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하 “같이 가야 멀리 간다” 협력사 껴안기 하루 665km 대장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3일 03시 00분


■ 취임 100일 맞아… 전국 순회 ‘동반성장’ 행보

올해 5월 CJ제일제당의 새 수장이 된 김철하 대표이사 사장(59·사진)은 18일 오후 부랴부랴 대구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각부터 예정된 경남 창녕군의 협력업체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대구의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잔 뒤 서둘러 창녕에 있는 전통주 제조업체 ‘우포의 아침’을 찾았다. 김 대표는 우포의 아침 생산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에서 이 업체 박중협 사장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막걸리 제조 현장을 찾았다. 사무실에 올라가 커피 한 잔 마실 틈조차 없었다.

김 대표는 시큼한 막걸리 냄새가 밴 제조 현장에서 협력업체의 이야기를 들은 뒤 서둘러 다음 행선지인 전북 남원시로 향했다. 점심은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남원의 협력업체 현장에 이어 김 대표는 부안, 진안군을 차례로 찾았다.

국내 식품업계 1위 기업의 수장이지만 협력업체를 방문할 때는 해당업체 담당 책임자 1, 2명만 나오도록 했다. 자투리시간 없이 달린 끝에 늦은 저녁이 다 돼서야 협력업체 방문 일정이 끝났다. 김 대표가 이날 하루 대구에서 출발해 창녕을 거쳐 남원, 진안과 부안, 그리고 서울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거리는 665km에 달했다. 이날은 김 대표가 5월 12일 대표이사직에 취임한 지 100일이 되던 날이었다.

19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 대표의 ‘동반성장’을 향한 적극적인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예정된 ‘CJ제일제당 협력사 상생·동반성장 협약식’을 앞두고 김 대표가 직접 협력업체 생산현장을 찾아가 멘토 역할을 자청한 것이다. 취임 이후 동반성장은 김 대표에게 주요 경영 화두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실무 부서에 동반성장과 관련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식 세계화를 위해 국내 대표 식품기업이 해야 할 책임’이라며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지방 막걸리업체 우포의 아침과의 상생 모델을 다른 분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충청 지역의 대추고추장, 전남 여수시의 돌산갓김치, 강원 전두부처럼 지역 특유의 맛을 갖고 있는 지역 유망 식품업체의 제품을 자체 브랜드 그대로 전국에 유통시켜 지역 유망 식품 협력업체로 육성하겠다는 것.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품기업에 상생은 성장의 길”이라며 “중소 식품업체의 성장을 도와 세계적인 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라고 전했다.

식품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요즘 재계 화두인 ‘동반성장’과 관련해 업계 수장들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배경으로 CJ제일제당 최초의 외부영입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을 주목한다. 김 대표는 CJ제일제당의 오랜 경쟁자인 대상(옛 미원) 출신이다. 그는 1977년에 대상에 입사해 2004년까지 대상 주력사업 발효생산본부장을 맡았고 이후 2006년 퇴임 전까지 바이오사업총괄 전무 겸 중앙연구소장을 맡는 등 30년간 대상에서 근무했다.

이런 그의 경력 때문에 짧은 기간에 CJ제일제당의 변화와 성과를 이끌어내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구개발(R&D) 출신이라고 하면 관리자 출신보다 기업운영이 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최고경영자는 비전과 목표를 반드시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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