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금융위원회가 세계적 금융회사인 CLSA,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도이치은행을 직접 찾아가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응하는 한국 경제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직언(直言)을 구하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금융당국 수장(首長)이 외국계 금융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할 때는 나오지 않던 ‘쓴소리’였다.
글로벌 증시 대폭락의 여진이 남아있던 18일 동아일보 경제부는 이정호 금융위원회 외신대변인과 함께 서울 광화문 일대에 있는 외국계 금융사 4곳의 사무실을 방문해 한국 주식을 대거 내다팔고 있는 외국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직격 인터뷰를 했다. 취재 일주일 전 각 금융사에 질문지를 보낸 뒤 답변서를 미국 및 유럽 본사의 확인을 거치게 해 글로벌 재정 위기 이후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해외 시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반영하도록 했다.
프랑스계 금융회사 CLSA의 마이클 체임버스 대표는 “최근 위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 한국의 경제 부처들이 시장을 보호하려는 취지의 말을 너무 많이 했는데, 이는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구두 개입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러 부처가 동시다발적으로 ‘패닉에 빠지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면 정작 중요한 정책 메시지가 시장에 명확히 전달되지 않고 논점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체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크게 개선됐지만 총외채가 많고 물가를 잡기 힘들게 된 점을 우려했다. 총외채가 4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과 관련해 김수룡 한국도이치은행그룹 회장은 “단기외채가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지만 전체 외채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며 “정부는 부인하지만 자금 사정이 급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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