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장중 지수를 포함해 100포인트 넘게 떨어지는 날이 잦아지면서 투자자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이익이 났을 때 찾아두는 건데…”라는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다. 전문가들은 언제든 출렁임이 생기기 마련인 주식투자의 결과가 후회로 마무리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 자산배분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한다.
자산배분 원칙을 지켰을 경우 주가 하락기에는 오히려 싼값에 주식을 더 사들일 여유가 생기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자산은 자산대로 줄어들고, 주식투자에 대한 나쁜 기억만 남게 된다는 것.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으로 인한 부(富)가 기업에만 축적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현명한 주식투자를 통해 부의 재분배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산배분의 ‘좋은 예’
은퇴전문가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최근 주가급락기에 주식을 더 사들였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주식을 산 게 아니라 자산구조에서 주식투자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비중을 맞추기 위해 더 사들인 것입니다.” 강 소장의 설명이다.
강 소장은 ‘100―자신의 나이’가 위험자산에 투자할 적당한 비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25세 직장인은 자신이 운용하는 투자원금의 75%를 주식 펀드 등 위험자산에 넣고 25%를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넣으라는 말이다. 60세면 40%는 위험자산에, 60%는 안전자산에 넣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위험자산 투자비중이 줄어드는 구조다.
그는 “자산배분 원칙이라는 건 변할 수 없는 금과옥조(金科玉條·꼭 지켜야할 법이나 규정)가 아니라 상황에 맞게 변주하면 된다”며 “은퇴전문가로서, 아직까지 현역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나는 64세이지만 40%가 아닌 50% 가량을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이 제시하는 원칙은 ‘가지치기’다. 큰 덩어리에서 하나하나 이름표를 붙여 가지를 치라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자금 가운데 생활자금과 목적자금을 따로 빼둬야 한다. 생활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안전하게 넣어두고 목적자금은 결혼, 여행, 집수리 등 쓸 일정에 맞게 채권형 펀드 등 안전자산으로 관리한다.
그리고 남는 자산은 자산배분 원칙에 따른 투자를 해야 한다. 원래 이 원칙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5가지가 있다. △나이 △재산규모 △자녀상황 △자신의 성향 △투자기간이다. 하지만 5가지 원칙을 다 대입해서 자산배분을 하려면 너무 복잡해져서 지레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 경우 제일 큰 원칙인 나이만 따지면 되는 것이다. 강 소장은 “주가 급락기에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식을 더 사는 일 말고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며 “대비는 평소에 해두는 것이지 ‘일’이 터졌을 때는 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하나 그가 강조하는 게 있다. 자산배분을 통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나이 먹어서도 ‘현역’을 지키는 일이다. 강 소장은 “현직으로 월급을 50만 원만 받아도 현재 금리로는 은퇴한 사람이 자산 2억 원을 은행예금으로 굴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메인 직업을 은퇴한 뒤에는 아무리 월급이 적어도 제2, 제3의 직업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령별 투자 요령 달라
젊을수록 위험자산에, 늙을수록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마음에 새겼다면 연령대별 자산배분 요령을 살펴보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 30대는 자산을 축적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돈을 벌어 투자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장기로 투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투자비중을 조절하는 금융공학 펀드나 우량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주식, 펀드보다 세금과 보수가 낮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장기로 투자하는 게 좋다”며 “생활자금은 CMA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개인연금펀드,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 등도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40, 50대는 본격적 자산관리가 가능할 정도로 자산규모를 갖춘 경우가 많지만 자녀 교육비 등으로 비용도 가장 높을 때다. 이럴 때는 주식형 상품 비중을 50% 정도로 줄이고 원금을 보전하면서도 ‘시중금리+알파’를 내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좋다.
박성현 미래에셋증권 리테일기획팀 과장은 “일정액은 채권, 금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배분해 두고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헤지펀드처럼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도 투자하는 게 좋다”며 “요즘처럼 주가가 떨어질 때는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에 투자를 늘리되 목돈투자가 아니라 꾸준히 조금씩 늘리는 시간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60대 이후는 손실을 회복할 만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전자산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한다. 심현정 동양증권 PB지원팀 대리는 “안전하면서도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은 낼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며 “공시이율로 월지급금이 산정되는 즉시연금 상품이나 채권형 월지급상품을 권한다”고 밝혔다.
박현철 신한금융투자 상품개발부 차장은 “최근 급락장에서 손실이 컸던 고객의 공통점은 고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만 높았지 위험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하루 급락폭이 크기 때문에 체감 손실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강창희의 자산배분 원칙
·전체 자산 중 생활자금, 목적자금은 따로 떼어 안전하게 굴리고 남은 자산으로 투자하라.
·투자시 나이, 재산규모, 자녀상황, 자신의 투자성향, 투자기간을 고려하라
·복잡해서 포기할 것 같으면 나이만 고려하라.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60세이면 100-60=40%)위험자산에 투자하라.
·위험자산은 주식 또는 주식형 펀드, 안전자산은 채권형 펀드, CMA, MMF, 예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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