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ETF펀드 아슬아슬 줄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투자효과 큰 반면 증시 폭락 땐 손실도 눈덩이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이달 초부터 증시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보이자 고심 끝에 16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쌈짓돈을 투자했다. 장중 1,680까지 내려갔던 코스피가 이제 저점을 찍은 만큼 본격적인 반등을 지속하리라 예상한 것. 코스피가 오름세를 보이면 상승세에 따라 2배씩 이득을 취하리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빗나갔다. 안정을 찾는 듯했던 코스피가 18일과 19일 다시 하락곡선을 그렸다. 레버리지 펀드는 지수를 그냥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일별 성과의 약 2배 투자 효과를 내도록 설계한 상품. 그는 레버리지 ETF가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키우지만 하락할 때 손실 폭 또한 엄청나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변동성 큰 장 틈타 레버리지, 인버스 ETF에 자금 몰려


8월 들어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고위험 고수익’ 성향의 자금들이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로 쉼 없이 몰려들었다. 특히 코스피가 조정 끝에 반등의 조짐을 보이자 레버리지ETF에는 물밀 듯이 자금이 쏟아졌다. 레버리지 ETF는 일간 증시(코스피200) 상승·하락률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익·손실률이 나도록 설계된 대표적인 고수익·고위험 상품이다. 이 때문에 8월 코스피 폭락장에서 지수가 저점이라고 판단해 향후 반등 폭을 웃도는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펀드평가회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 KODEX 레버리지상장지수는 거래량이 8월 2일 1762만여 주에서 코스피가 장중 1,680까지 하락했던 9일 8322만여 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상품의 9일 하루 거래대금만 해도 9086억 원에 달한다. 전체적으로도 지난해 278억 원에 불과했던 레버리지 ETF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5003억 원으로 늘었다.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기 위한 신용융자도 올 초 20억 원에서 16일에는 241억 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폭락 초기 투자자 손실 눈덩이

전문가들은 증시가 출렁일 때 수익을 노리고 무턱대고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 재정위기 등 해외 악재가 많아 증시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락장 초중반에 일찌감치 레버리지 ETF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상황이 심각하다. 코스피가 1700 선까지 연일 급락했기 때문에 레버리지 ETF의 손실률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코스피가 폭락을 잠시 멈췄던 10일까지 1주일간 수익률이 가장 나쁜 국내 주식펀드(운용 순자산 100억 원 이상, 1개월 이상 운용 기준) 10개 가운데 6개가 레버리지 ETF일 정도였다.

미래에셋맵스TIGER레버리지상장지수(주식-파생재간접)가 ―29.17%, KB KStar레버리지상장지수(주식-파생재간접)가 ―29.12%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때는 지수가 하락할 때 도리어 수익을 얻는 ‘청개구리형’ 상품인 인버스 ETF가 웃었다. 미래에셋맵스TIGER인버스상장지수(주식-파생), 삼성KODEX인버스상장지수(주식-파생) 등이 18%대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레버리지 ETF에 투자해 지수가 상승했더라도 수익률이 ‘상승률×2배’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루 동안 코스피가 1% 상승하면 레버리지 ETF의 수익은 2%가 나지만 이틀 이상 상품을 보유할 때는 ‘복리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금리처럼, 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ETF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의 2배 이상을 기록하게 된다. 반대로 지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지수 하락률의 2배 이상으로 손실이 커지게 되는 구조다.

주가 오르내림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레버리지 ETF나 인버스 ETF 투자로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가 상승세 또는 하락세가 일정기간 이어질 때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ETF본부 한재형 팀장은 “레버리지 ETF는 단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한 뒤 투자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팀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장이 반등하겠지만 레버리지 ETF는 투자 위험이 커 공격형 투자자가 아니라면 권하지 않는다”며 “레버리지 ETF에 투자를 하더라도 헤지(위험 분산) 차원에서 소액을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인버스 ETF 역시 요즘처럼 내일을 알 수 없는 시장에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레버리지 ETF(상장지수 펀드)::
기초지수(KOSPI 200) 등락폭 대비 2배 안팎의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입히는 상품.

::인버스 ETF::
기초지수의 움직임과는 정반대의 수익률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
지수가 하락하면 도리어 수익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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