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비하인드]씁쓸한 저축銀 학자금 대출… 500만원 빌리면 月이자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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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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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경제부
김철중 경제부
9월이 다가오자 대학생들의 한숨이 커져만 갑니다. 주변에 아직 등록금을 구하지 못해 휴학을 고민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장학재단에서 싼 이자로 학자금을 빌려주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하는 학생이 적지 않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어머니 병간호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수업을 적게 들었더니 이수 학점이 안 된다며 장학재단 학자금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을 찾아다니는 대학생이 많아졌습니다. 실제 한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1학기 등록금을 내는 시기였던 올해 2월 대학생 대출이 17.1% 늘었는데 7월에는 33.5%가 늘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대형 대부업체들은 대학생 대출이 늘었다는 비난을 받자 더는 대학생 대출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저축은행들은 지금도 ‘안전한 2금융권 학자금 대출’이라며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학자금 대출을 들여다보면 씁쓸한 구석이 많습니다. 일부 저축은행은 신용등급에 따라 최저 연 10% 이내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광고합니다. 그렇다면 소득이 없는 대학생의 신용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신용정보평가회사에 알아보니 대학생도 일반 직장인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대학생들은 대부분 이렇다 할 금융거래 실적이 없기 때문에 중하위 등급을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높은 신청자에게 적용되는 최저 금리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신용카드 대금이나 휴대전화 요금을 연체한 적이 있는 학생들은 등급이 더 낮아져 보통 30% 전후의 최고 금리가 적용됩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무작정 돈을 빌려주는 것도 우려됩니다. 학생들이 돈을 빌릴 때는 가족관계증명서, 재학증명서 등 기본적인 서류만 내면 됩니다. 만약 등록금이 필요해 연 20% 금리로 500만 원을 빌렸다면 매달 이자로만 10만 원에 가까운 돈을 갚아야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부모 동의서나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자료도 없이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겁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학생 대출이 문제가 되자 대학생 대출을 중단해야 할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저축은행들이 비싼 등록금으로 고통받는 대학생들을 영업 실적을 올리는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면 체계화된 대출 시스템과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철중 경제부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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