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치킨게임’ 1조 넘어설듯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7일 03시 00분


1.8GHz주파수 7일차 입찰가 9950억까지 치솟아

1.8GHz(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놓고 벌이는 SK텔레콤과 KT의 경매가 입찰 시작 가격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지나친 과열경쟁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 끝난 7일차 경매의 최종 입찰가격은 9950억 원까지 올라 17일 시작 가격인 4455억 원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이날 마지막 세 라운드인 9∼11라운드에서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양사는 지금까지 매 라운드에서 각자 주어진 30분을 꽉 채우며 정확히 1%씩 가격을 올려왔는데 9라운드에서 KT가 불과 5분 만에 입찰가를 써냈다. 당황한 SK텔레콤은 10라운드에서 1.75%를 늘린 9950억 원을 제시했다. 그러자 KT는 11라운드에서 ‘유예’를 택했다. 유예는 입찰 라운드를 쉴 수 있는 권한으로 전체 경매 과정에서 딱 두 번만 쓸 수 있다. 상대방 가격보다 1% 이상 높여 입찰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KT는 29일 오전 9시 열리는 8일차 1라운드 경매에서 최소한 1조50억 원을 써내거나 경매를 포기해야 한다. 유예를 연속으로 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날 상황은 1조 원 문턱에서 양사 간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 가격이 1조 원까지 올라가자 해당 주파수의 적정 가격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홍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는 내가 가지지 못하면 적어도 상대방이 최대한 많은 돈을 쓰게 만들겠다는 ‘네거티브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과열 경쟁을 통해 경쟁사의 손해를 유도하는 게 목적이란 것이다. 주파수 가격이 오르면 통신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요금 인상에 나설 수 있어 소비자에게도 손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회사가 매년 수조 원의 마케팅 비용을 쓴다는 점에서 낙찰 가격이 1조 원을 웃돌더라도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 주파수는 10년 동안 쓰기 때문에 추가되는 비용은 연간 1000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약 3조150억 원, KT는 약 2조8250억 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했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연 1000억 원은 마케팅 비용만 조금 줄여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지역 전파통신회의인 ‘제5차 APG-12 회의’에서 국제 공용 이동통신 주파수를 추가로 발굴하자고 제의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면서 국제적으로 주파수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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