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사태 구원투수로 9개월째…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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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비올 때 제일 먼저 우산 뺏는다는 오명 씻겠다”

《 “비올 때 제일 먼저 우산을 뺏는 은행이라는 ‘오명’을 씻겠습니다. 따뜻한 은행으로 불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지주의 내분 사태 후 구원투수로 등판해 취임 9개월째를 맞는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고객이 힘들 때 외면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최근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중단 사태와 관련해 “정말 돈이 필요한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슬기를 발휘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제공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최근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중단 사태와 관련해 “정말 돈이 필요한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슬기를 발휘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제공
금융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마다 신한은행이 발빠르게 자금 회수에 나서고, 신규 대출 문을 걸어잠근다는 금융계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서 행장은 “초창기 규모가 작을 때는 조그만 손실이 은행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보니 위험관리에 지나치게 집착한 측면이 있었다”며 “실적, 주가 등 많은 면에서 신한이 국내 최고 은행으로 성장한 만큼 따뜻한 은행으로 변하기 위해 은행시스템과 직원 마음가짐 등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기업 시민’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은행을 포함한 개별 기업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만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시중은행들에 월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 대비 0.6% 이내로 맞추라고 지도하고 있는데, 마침 신한은행의 7월 가계대출 증가율은 1.0%로 가이드라인을 훨씬 초과했다. 그는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지만 가이드라인을 넘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대출을 해주지 않으면 서민도 힘들어진다”고 했다. 이어 “국가경제의 방향성과 서민편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좇다 보면 0.6%를 넘길 때도 있고, 밑돌 때도 있을 것”이라며 “연말이 되면 가이드라인을 대충 맞출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간의 다툼으로 극심한 내분을 겪었던 신한지주는 25일 이사회를 열어 체계적인 회장 선임과 경영승계 관리를 위한 신규 조직을 마련해 추후 내분 재발 개연성을 최대한 방지하도록 했다. 서 행장에게 한동우 현 신한지주 회장과의 불화 가능성을 묻자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범죄 행위”라며 손을 내저었다. 이어 “2007년 한 회장에게서 신한생명 사장직을 이어받았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라며 “은행과 달리 보험회사는 사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단기 실적을 크게 올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험회사를 경영하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국내 은행권이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된 후 은행장들의 입지가 지나치게 좁아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 행장은 “은행은 내가 끌고 가고 책임도 내가 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 관련 사안을 보고해도 한 회장은 ‘이런 시시콜콜한 것은 보고하지 말고, 알아서 처리하라’며 반려한다”고도 했다.

서 행장은 일부 성장통에도 불구하고 매트릭스 조직체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해당 고객에게 비슷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가로 파는 교차판매(cross selling) 또한 매트릭스 체제 아래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자체 분석 결과 3가지 이상의 교차판매 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해당 은행에 끝까지 남을 확률이 94%에 이른다”며 “새 제도 도입이라는 하드웨어보다는 운용 방식인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만큼 한국형 매트릭스 조직을 만들어 실질적인 성과 향상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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