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활황세였던 것은 우호적인 정책 덕분이었다. 중앙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려 수요를 만들었다. 아직도 중앙은행의 정책은 주식시장 편인 것 같다. 지난 주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9월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투자자 편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주식시장과 실물 경제의 어려움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유럽에서도 중앙은행이 나서고 있다. 시장이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경제 대국들의 재정 안정성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나서서 이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에 대응하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가 부채한도 상향 협상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미국 정치의 난맥상이 대표적이다. 어정쩡한 재정적자 축소 합의는 시장도, 신용평가사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내년에는 주요국의 선거가 많이 치러질 예정이어서 정파적 이해관계의 대립이 이미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핀란드가 그리스 지원에 대한 대가로 담보를 요구하면서 유럽연합(EU) 내 국가 간 분열이 노출된 점이 대표적이다. 핀란드는 내년 1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리스에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것으로 봐야 한다. 4월에 있었던 핀란드 총선에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 ‘진정한 핀란드인의 당’이 약진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핀란드 말고도 선거를 치르는 나라가 많다. 재정 건전화를 위해 긴축을 해야 하는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있으면 어느 정도 긴축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연금이 깎이고 공공부문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 국민은 긴축에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유럽인들의 불만은 영국 그리스 등지에서 격렬한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국가의 적극적 지원 의지와 도움을 받는 국가의 자발적인 긴축이 유럽 내에서의 공조를 원활하게 만들 수 있는 조합이다. 재정 부실 국가가 긴축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부자 역할을 해야 할 독일 등의 행보도 빨라지기 어렵다.
재정의 힘이 약해진 상황에서 통화 정책만으로 자산시장이 지탱되기는 힘들다. 위기는 늘 응전을 불렀지만 응전의 주체였던 정치권의 공조는 현저히 이완되고 있다. 시장은 불안정한 흐름을 좀 더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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