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만 약간 바꾸고 가격 3배… 소비자 외면으로 매출 부진
농심 “팔면 팔수록 영업손실”… 5개월도 안돼 생산중단 결정
과장 광고와 바가지 가격 논란을 빚은 농심의 신라면BLACK(블랙)이 소비자의 외면으로 시장에서 퇴출된다.
농심은 “신라면블랙이 팔리지 않아 다음 달부터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신라면블랙은 올해 4월 ‘프리미엄 라면’을 표방하며 등장한 이후 높은 가격(소비자가격 1600원)을 둘러싼 비판과 허위 과장 광고에 따른 과징금 부과 등 갖은 논란을 겪은 끝에 결국 5개월이 채 안 돼 시장에서 없어지게 됐다. 신라면블랙이 이례적으로 빨리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제품을 조금 바꾼 뒤 바가지 가격을 매기는 일부 업체의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농심이 신라면 탄생 25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내놓은 신라면블랙에 대해 ‘생산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허위 과장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신라면블랙이 출시된 직후 조사에 착수했으며 6월 27일 허위 과장 광고로 과징금 1억5500만 원을 부과했다. 신라면블랙이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았다’고 광고했지만 실제 성분은 광고 내용과 크게 달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신라면블랙에 대해 “국물 맛이 진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맛이 약간 바뀌었을 뿐인데 3배 가까이 가격을 올린 것은 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블랙은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월 매출액이 90억 원에 이르렀지만 이후 계속 줄어들어 현재는 월 20억 원이 채 안 돼 영업 손실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3일부터 가격을 1450원으로 150원 내렸지만 매출이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자 빨리 사업을 접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신라면블랙을 많이 사 먹었지만 재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일반 라면은 월 2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도 되지만 신라면블랙은 재료비가 워낙 많이 들어 지금 수준의 매출로는 손실만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에서는 농심의 신라면블랙 생산 중단 결정에 대해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단종시킬 때는 1년은 지켜보는 게 일반적이고, 생산 기간이 아주 짧아도 7, 8개월은 걸린다”며 “농심이 3년간 연구해 개발한 신라면블랙에 대해 5개월이 채 안 돼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는 하지만 신제품이 시장에서 이처럼 빨리 사라지게 된 것은 전무후무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식품이라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데 불경기에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은 것이 패착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는 서민들이 많이 찾는 먹을거리에 대해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 마케팅 전략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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