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첨단기술 전공 학생들이 군 복무를 하면서 관련 경력을 이어가고, 제대한 뒤 벤처기업을 창업하도록 유도하는 한국형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탈피오트(Talpiot)’는 히브리어로 ‘최고 중의 최고’를 뜻하는 말로 이스라엘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뽑은 뒤 첨단과학기술을 전쟁에 응용하는 엘리트 부대다. 이곳 출신들은 제대 뒤에 군대에서 익힌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로 세계적인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부는 또 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높이기 위해 ‘명예의 전당’을 만든다.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산업인력 육성·관리시스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우선적으로 내년도 연구인력 분야에 모두 3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한국형 탈피오트 프로그램은 지경부의 소프트웨어(SW) 인력양성 프로그램인 ‘SW 마에스트로’ 연수생이나 현재 국방부가 추진하는 사이버국방학과 졸업생들이 사이버사령부 등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에 벤처를 창업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군을 제대한 전문인력에게 벤처 창업 방법 등을 가르치는 미국 ‘싱귤래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의 프로그램과 유사한 교육을 받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명예의 전당에는 기존 대기업의 유명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중견기업 등에서 묵묵히 일하면서 기술적인 성과를 내는 인물을 발굴할 예정이다. 명예의 전당의 첫 인물은 내년에 선발된다. 이 밖에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해외 기업 및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한국 출신의 인재를 국내로 데려올 때 정부가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 중 인적자본의 투자 비중을 10%가량 늘리며 △산업계 인력을 교수로 채용하고 △60대 퇴직 기술 인력이 20대 구직자와 함께 개도국에서 기술 컨설팅을 진행하는 ‘60+20 프로젝트’ 등을 통해 내년에 모두 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공계 인재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경부 산하의 산업기술진흥원에 기술인재관리센터를 설치해 국가기술인재를 선발한 뒤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할 예정이다. 선발된 우수 인력들은 퇴직 후에도 교수, 교사, 기술·특허 컨설턴트로 활동할 수 있게 정부가 ‘커리어 패스’를 지원한다.
이번 대책에서는 저소득층이 전문기술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기업과 공동으로 취업연계형 산업기술장학금을 연간 1000명 규모로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가 유망 중소기업과 함께 2년간 장학금을 지원한 뒤 졸업 후 해당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방식이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정부가 전문기술 인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연구개발 분야에서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실업 해소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탈피오트(Talpiot) ::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대표적인 첨단기술 부대. 이 부대를 거친 인력들은 군복무 기간 익힌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있다. 이들이 창업한 기업의 상당수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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