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사장 만났다, ‘트렌드’ 한수 배웠다”… ‘영업 달인’ 김정태 하나은행장의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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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내실을 다지면서 작지만 탄탄한 조직,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내실을 다지면서 작지만 탄탄한 조직,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영원한 1등이 있나요. 트렌드와 고객 행태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역전할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숫자로 말한다는 정통 ‘영업맨’ 출신이지만 목표수치는 내놓지 않았다. 경쟁 은행들이 외형을 키우고 있어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금융은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 단기실적에 급급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은퇴시장, 자산관리, 온라인서비스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다보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고객 수신 기반이 약해 단기간에 경쟁 은행을 따라잡을 순 없다”고 인정했다. 올 2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자산규모는 211조 원으로 국민은행(269조 원), 우리은행(251조 원) 신한은행(251조 원)에 크게 밀리고 있다. 우리 신한 등과 함께 한때 국민에 이은 2위 경쟁을 하던 하나은행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영업 기반이 고액자산가 위주로 쏠려 있고 특히 기업금융에서는 많이 밀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역전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한때 최고였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왜 무너졌나, 예전 5대 시중은행은 모두 어떻게 됐나”라고 되물으며 “내실을 다지면서 작지만 탄탄한 조직,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조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금융업계가 인정하는 ‘영업의 달인’이다.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1986년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에 합류한 그는 30년 은행원 생활 대부분을 영업현장에서 보냈다. 신한은행 시절 ‘영업왕’에 선정되는 등 돋보이는 영업력으로 이직이 잦은 금융업계에서 단골 스카우트 대상이 됐다. 2006년 증권사 사장으로 취임해 하나대투증권의 도약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장이 된 지금은 영업의 활로를 ‘트렌드’에서 찾고 있다. 요즘 그는 매달 한 차례씩 각계의 마케팅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구한다. 창업 3년 만에 국내 커피전문점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카페베네의 김선권 사장,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중독성 강한 TV 광고로 유명한 천호식품의 김영식 회장, 스크린골프 시장을 석권하고 코스닥에 상장한 골프존의 김영찬 사장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는 “각계의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들으며 어떻게 은행 영업에 접목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사회흐름을 읽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리더십의 형태와 고객과의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김 행장은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무조건 섬기는 ‘서번트(servant) 리더십’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도와주는 ‘헬퍼(helper)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은행도 완성된 상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베타 테스트 방식으로 던져놓고 고객이 참여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이 필요할 때 상품을 내놓고 트렌드와 수요가 바뀌면 바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자산을 키우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외환은행 인수합병(M&A)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행장은 “기업금융과 외환이 강한 외환은행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며 “우선은 하나은행의 조직을 정비하고 장점을 강화하면서 외환은행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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