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공기업이 공공개발사업을 하면서 부동산 감정평가만 제대로 해도 연간 1조4000억 원가량의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
한국감정원 권진봉 원장(사진)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감정원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추진되는 공공사업에서 부실한 부동산 감정평가로 인한 예산 낭비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실 감정평가의 원인은 법적 구속력 없는 감정평가 기준과 발주자의 전문성 부족, 제대로 된 감정평가정보시스템의 부재 등 3가지”라며 “현행 제도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감정평가업무 선진화’를 목표로 시장형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을 준정부기관인 한국감정평가원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가원을 통해 감정평가 시장 선진화 작업을 이끌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 관련 법안(‘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까지 통과했고, 국회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민간 감정평가업체들은 ‘감정원이 준정부기관으로 승격한다면 민간이 수행하던 정부 용역사업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권 원장은 이에 대해 “준정부기관이 되면 감정원의 주수입인 감정평가 업무를 민간으로 넘겨줘야 한다”며 “그 시장 규모만 무려 600억 원으로 민간 감정평가사 1인당 약 2000만 원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규모로, 우려와 달리 민간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감정원이 내년에 평가원으로 바뀌면 민간법인과 경쟁해온 감정평가 업무영역에서는 손을 떼고 감정평가에 대한 사후 검증이나 부동산 과세기준으로 활용되는 각종 부동산 가격공시 업무 및 부동산 통계 구축 등 정부가 위탁하는 공적사업을 주로 맡게 된다.
수입이 줄고 공적업무 위주의 비수익사업을 전담하면 한국감정원의 조직 축소와 수익기반 약화는 불가피하다. 권 원장은 이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올 2월 4개 지점을 줄였고 인원도 100명의 자연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체질 정비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그는 “감정평가는 국가의 조세 업무와 보상의 근간이 되는 업무”라며 “정확한 감정평가가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해 땅주인은 제값을 받고, 잘못된 평가는 바로잡아 국가 예산 낭비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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