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 원 이상 국내 대표기업들이 ‘우울한’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2분기 1000원어치를 팔아 73원을 남겼다면 올 2분기엔 56원을 남기는 데 그쳤고 6개사 중 1개사는 적자를 봤다. LG전자, SK, 대한항공 등 간판 기업들도 ‘이름값’을 못하고 적자로 돌아섰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 12월 결산법인 171개사 가운데 비교 분석이 가능한 151개사를 대상으로 실적을 집계한 결과 2분기 매출액은 361조9445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5.72%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4조5258억 원, 순이익은 20조1208억 원으로 각각 15.56%, 11.42% 줄었다. 장사를 해 ‘손해’ 본 기업도 많아 분석대상기업 151개사 중 16.56%인 25개사가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전체로 따져 봤을 때도 매출액은 709조13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1조4191억 원으로 6.10% 줄었고 순이익도 41조6726억 원으로 7.49% 감소했다. 이번 집계는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보고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작성하는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했다. 자산규모 2조 원 이상 기업 등 국내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대상이어서 이번 집계의 실적이 나쁘다는 것은 주요 대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거래소는 “자동차, 화학업종의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경기 둔화와 정보기술(IT) 제품 가격의 약세,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대기업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반기 내내 주식시장을 평정했던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의 실적은 돋보인 반면 IT업종은 초라했다. 올 상반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업종별 실적을 보면 화학업종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27%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기계 34.24%, 운수장비 34.20% 순으로 순이익이 늘었다. 현대자동차의 순익은 올 상반기 4조 원을 넘어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41.0% 늘었고 SK이노베이션은 78.0% 증가했다. S-OiL의 순이익 증가율은 398%에 이르렀다. 반면 섬유의복 ―96.08%, 의약품 ―81.83%, 음식료품 ―64.38% 순으로 순이익 감소폭이 컸고 전기전자 업종도 순이익이 37.68%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LG전자 등을 선두주자로 한 주력 수출업종인 전기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IT제품의 가격 하락에 큰 타격을 입었다. 삼성전자의 순이익 하락률은 23.9%에 이르렀고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순이익이 절반이나 줄었다.
대조적으로 올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사들은 상반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FRS 연결보고서를 제출한 코스닥시장 12월 결산법인 53개사의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이 47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31% 증가했다. 매출은 18.64% 늘어난 5조7567억 원, 순이익은 136.14% 증가한 4633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연결재무제표 ::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봐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를 종합해 작성하는 재무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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