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간단합니다. A 부장이 운전하던 차가 신호등 앞에 정차해 있었습니다. 다른 차량이 와서 A 부장 차의 뒤 범퍼 옆 부분을 긁었습니다. 단순한 접촉 사고였고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도색비 몇만 원만 보험처리 해주거나 물어주면 그만일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가해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엉뚱한 얘기를 하더랍니다.
“서로 주행하다 생긴 일이니 쌍방 과실 아니냐. 내 차도 옆이 많이 긁혔다. 각자 과실비율에 따라 보험처리 하자.”
이 장면에서 A 부장은 속으로 비웃었답니다. 그의 차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고 사고 장면의 상황이 고스란히 녹화됐기 때문입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길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A 부장은 짐짓 아닌 체하며 “나도 애 키우는 사람이고 회사 다니는 직장인으로서 거짓말 안한다. 내 차는 분명히 서 있었고, 당신 차가 일방적으로 와서 긁은 게 맞다”라고 얘기했답니다.
그러자 상대방 운전자는 화를 내며 “당신 차가 움직이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 같은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A 부장은 그쯤에서 얘기를 끝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 차에는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다. 자꾸 이러면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
가해자는 그제야 “수리비를 100% 부담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사고 다음 날 가해자 쪽 보험사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고객에게 얘기를 들었다. 쌍방 과실이기 때문에 수리비를 모두 물어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당황한 A 부장은 지인에게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조언을 구했답니다.
자동차 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는 지인은 다음과 같이 답변을 했습니다.
“일단 블랙박스 증거를 제시하지 마라. 우선 보험사에 연락해 사고 접수를 한 뒤 범퍼를 새것으로 갈고 도색도 새로 해라. 수리 기간에 같은 급(3200cc)의 차량도 렌트해라. 병원에 가서 진단서도 끊어라. 보험사에는 과실 비율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말해라. 그리고 모든 비용이 발생한 뒤 마지막 순간에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해라.”
결국 진실을 덮으려던 가해자와 가해자의 보험사는 카센터에서 부분 도색비용 7만 원 정도로 덮을 수 있었던 일에 새 범퍼 교체, 도색, 렌터카 비용, 합의금까지 더해 약 200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려 했던 가해자와 ‘괘씸죄’를 덮어씌워 7만 원이면 해결될 일을 200만 원까지 부풀린 A 부장. 과연 누가 정의로운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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