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책임 소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권혁세 금감원장의 발언이었다.
권 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달 말 홍콩 출장 시 외국 금융회사 고위 인사들에게 ‘외국은 중앙은행들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나서는데 왜 한국은 금융당국만 나서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한국은행의 역할이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또 “통화당국이 왜 금리를 올리지 않느냐는 질문도 있었다”고 했다. 한은의 역할이 적기에 금리를 인상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 같은 권 원장의 발언은 금융감독 당국의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문제가 잡히지 않는 것은 금리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통해 해결하지 않고 은행 창구지도라는 미봉책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는 시장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계에서는 한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끌어내린 초저금리를 진작 정상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더라면 가계부채가 이렇게 급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권 원장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5일 한은이 발끈 나섰다. 금감원이 금융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며 가계대출 억제에 적극 나섰지만 효과가 없자 이제 와서 비난의 화살을 한은에 돌리려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는 가계대출 문제뿐 아니라 거시 경제상황과 대외 경제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금감원이 2금융권의 가계대출 억제 등 좀 더 세심한 대응방안을 마련했더라면 가계대출이 이렇게 증가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은의 역할을 강조한 권 원장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로 협조할 분야가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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