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과세 기준을 정했다. 현대자동차 계열의 글로비스, 삼성 계열의 삼성SDS, LG그룹의 방계인 서브원의 예에서 보듯이 아버지 회사가 아들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큰 이익을 내면 이는 곧 현금을 주는 행위와 같다고 보고 최대 50%의 무거운 증여세를 매기기로 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해당 기업 사주들은 20억∼60억 원의 증여세를 추가로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수혜 법인의 매출액 중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이 30%를 넘고 일감을 받은 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해당 기업 지분을 3% 이상 보유할 경우 과세대상자로 지정했다.
현대차 계열인 글로비스의 경우 현대차와의 거래비율이 90%에 육박하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14.6%)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31.88%)의 글로비스 지분이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므로 과세 대상이 된다. LG그룹 서브원도 지분 100%를 모두 ㈜LG가 보유하지만 증여세를 피할 수 없다. 구본무 LG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구광모 LG전자 차장 등 지분 3% 이상 보유자 4명이 간접 출자한 셈이기 때문이다. SK C&C 대주주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 씨 남매도 수십억 원의 증여세 과세대상이다.
이 같은 세제안은 당초보다 수위가 많이 낮아진 것이지만 과세 행위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법안 처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수관계자 간 거래라고 해도 정상적인 상거래 행위를 증여로 간주해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물량 몰아주기의 부작용 해소는 조세로 접근하기보다 공정거래법, 상법 등 기존 규제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안이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를 용인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에서 일괄적으로 30%를 공제해 주기로 했다. 특수관계법인 간 거래비율이 40%인 회사가 35%로만 줄여도 30% 일괄 공제로 과세표준이 종전 10%에서 5%로 줄고, 이로 인해 세금이 절반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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