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포화는 투자은행(IB)도 피해 갈 수 없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가 하면 해외 주요 IB들은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등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메릴린치도 미국 최대 소매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되는 아픔을 겪은 끝에 BoA메릴린치로 새로이 발돋움했다. 그러던 BoA가 또다시 각종 루머에 휩싸였다. 선진국 은행이 새로운 금융위기의 ‘태풍의 눈’으로 지목되면서 BoA의 이름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는 것. BoA가 메릴린치증권을 매각할지도 모른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이러한 논란의 한가운데서 7일 서울을 찾은 김헌수 BoA메릴린치 아시아리서치본부장(사진)을 만났다.
김 본부장은 “미국 경기침체와 유렵 재정위기는 BoA뿐만 아니라 모든 선진국 은행이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BoA가 메릴린치를 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세간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그는 이어 “미국이 경기부양책을 많이 썼는데도 경기부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미국은 기축통화를 보유해 운신의 폭이 넓다고 본다면 유럽은 각국이 합의를 해야 하는 등 정치적 문제도 있고 해결 과정도 복잡해 난관을 겪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며 현재의 글로벌 경제를 진단했다. 그는 “근본적인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내년 미국에 리세션(경기침체)이 올 가능성을 40% 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지만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미국이 저성장에 빠진 일본처럼 돼 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그러나 미국은 아직 인구만 봐도 ‘젊은 나라’이고 누가 뭐래도 기축 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까지 비관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체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물론 이번에도 증시가 급등락하긴 했지만 2008년이나 과거에 세계경기가 조금만 비틀거려도 포화를 맞던 때와는 달랐다”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환율 등 경제지표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주가변동성도 줄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투자가들이 8월 초 주식을 많이 팔았지만 그 기간에 국내 펀드에 들어온 게 3조 원가량”이라며 “연기금 등 기관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커진 것도 한국 증시의 체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도 좋지 않고, 유럽의 상황은 더 나쁘다 보니 아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도 인정하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머징 마켓에 다소 주의하기는 하지만 과거 코스피가 글로벌 경기의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하던 때완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8, 9일 한국 기업과 기관투자가를 연결하는 ‘코리아콘퍼런스’를 사례로 들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에 이번에는 90개 기업과 250명의 기관투자가가 참가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김 본부장은 “투자처로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기본원칙은 언제나 분산투자”라며 “세계경제가 계속해서 흔들리면 내수주를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실적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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