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비하인드]기조연설만 하고 8만5000달러 챙겨 떠난 펠드스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장윤정 경제부 기자
장윤정 경제부 기자
겉모습은 화려했습니다. 6일 ‘100세 시대 도래와 자본시장의 역할’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 금융투자협회는 1주일여 전부터 저명한 해외 연사들이 기조연설을 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벌였습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금융업계 관계자 등 350명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마련된 심포지엄 행사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기자회견 시간이 몇 차례 변경되긴 했지만 약속대로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등 해외 연사도 자리를 빛냈지요.

그러나 불안하던 행사 중간에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I have to leave(나는 가야만 합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기조연설 뒤 40여 분간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조연설을 마치고 짤막하게 몇 개 질문에 대답한 뒤 간담회장에 들어선 그는 기자들을 보자마자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섰습니다. 한국시장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듣기 위해 아침부터 자리를 지켰던 취재진과 그의 말 한마디라도 더 듣고자 기자회견장을 찾았던 행사 참석자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황한 금투협 측은 펠드스타인 교수와의 계약은 외부 대행사에 위탁했다는 대답만 되풀이했습니다. 진땀을 흘리던 대행사 측 관계자까지 해명에 나섰습니다. 대행사 측 관계자는 “교수님과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지 않았다”며 “기조강연과 기자회견, 그리고 일부 공식 스케줄을 포함해 계약했으나 세부적인 타임스케줄이 없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행사 측은 이번 금투협의 심포지엄 참석에만 ‘8만5000달러(약 9000만 원)’를 펠드스타인 교수에게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설명을 들으니 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국제 심포지엄을 기획하고 ‘거물’ 펠드스타인 교수를 초빙해놓고 어떻게 펠드스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전적으로 대행사에 의존했을까요. 설령 오해가 있더라도 그것을 기자회견이 시작되는 순간에서야 알 수 있었을까요. 물론 기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인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떠난 펠드스타인 교수에게도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저 웃어넘기기에는 금투협의 행사 진행은 너무 아마추어적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기조연설로 펠드스타인 교수는 8만5000달러를 챙겨 사라졌습니다.

장윤정 경제부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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