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상장 증권사 전체의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증권사들의 ‘증자 러시’가 불가피해지면서 주식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8일 장이 열린 직후 하한가로 직행한 뒤 장을 마쳤다. 전날 1조4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는 발표가 원인이었다. 현재 자기자본이 2조7000억 원인 대우증권이 증자에 성공하면 대우증권은 업계 최초로 자기자본이 4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대우증권이 대대적인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대형 IB를 육성하겠다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대우증권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해외금융시장 진출, 신규사업투자, 정보기술(IT) 인프라 확충 등에 쓸 예정이다. 또 자기자본 3억 원 이상이어야 헤지펀드의 프라임브로커리지를 할 수 있어 이 시장을 선점하는 데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 가치가 떨어지게 돼 주가가 하락했다.
대우증권뿐만 아니라 프라임브로커리지를 하려는 자기자본 2조 원대의 다른 증권사들도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확산되면서 증권주가 동반 하락했다. 우리투자증권은 ‘50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에 하한가로 마감했다. 이날 오전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공시를 냈지만 소용없었다. 또 삼성증권은 5.93%, 현대증권은 9.03%, 한국투자증권을 보유한 한국금융지주는 9.93% 하락했다. 이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이 2조2000억∼2조8000억 원대로 투자자들이 앞으로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익 유보를 통해서나 다른 방법으로 자기자본을 3조 원으로 늘릴 수 있다”며 “가능성을 다양하게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증자 여부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이 얼마나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인가에 달렸을 것”이라며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대우증권의 사례로 확인했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들은 쉽게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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