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든말든… 저축銀 ‘묻지마 예금유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이달말 2차 구조조정 앞두고 “우린 괜찮다” 3조 끌어들여…고객도 고금리에 도덕적 해이

9월 하순 2차 구조조정 대상 저축은행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지난달 전국 78개 저축은행에 3조 원대의 예금이 새로 들어왔다. 영업정지 명령을 받으면 5000만 원 초과 예금이 묶이고 정부의 예금보험금 지급 부담이 늘어나는데도 저축은행은 무리한 고금리 예금 유치경쟁을 하고, 고객은 일단 가입하고 보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고 있다.

동아일보가 6일부터 나흘 동안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을 받은 85개 저축은행 중 78곳의 자금 유출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고객의 예금 수신 잔액은 8월 말 현재 44조 원으로 7월 말보다 2400억 원 증가했다.

특히 저축은행 전반에 불안감이 감도는데도 업계의 무리한 예금유치 경쟁 때문에 신규 예금이 인출규모를 웃도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고객의 예금인출 규모는 8월 3조2700억 원으로 전달보다 7900억 원 증가한 가운데 같은 달 신규 수신예금도 3조4500억 원으로 8100억 원이나 늘었다. 8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조치가 마무리된 2월 이후 신규 수신이 3조 원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서울의 한 대형 저축은행은 6∼8월 신규 예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예금금리를 크게 높인 덕에 웬만한 중소형 저축은행의 전체 수신 잔액에 해당하는 예금을 석 달 만에 채웠다.

어떤 저축은행이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금이 급증한 것은 저축은행들이 ‘우리는 괜찮다’며 연 5% 후반의 높은 이자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도 저축은행이 망해도 5000만 원까지는 보장받을 수 있는 예금자보호제도에 기대 5000만 원 이하로 자금을 쪼개 예금에 가입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이자를 제시해 고객을 무리하게 끌어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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