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경영 고비마다 ‘복장파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콤비→청바지→반바지

“게임회사보다 더 자유로운 복장으로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겠다.”

SK텔레콤의 복장 파괴 실험이 눈길을 끌고 있다. 10월 1일 SK텔레콤에서 분사되는 플랫폼 부문이 직원들의 파격적인 복장을 허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부문의 수장을 맡게 될 서진우 사장은 6월 22일 사내방송을 통해 “반바지에 쪼리(샌들)를 신고 다닐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경영의 주요 고비마다 직원들의 복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2000년 6월 딱딱한 정장을 탈피하고 복장 자율화 방침을 처음 시행했다. 당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네이버, 다음 등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강자로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였다. SK텔레콤은 IT 업계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복장 자율화 방침을 처음 선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몇 가지 단서 조항이 붙었다. 예를 들어 △외부 인사를 만날 때는 고객 중심적인 사고로 상대에 따라 정장 또는 기타 복장을 착용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부서는 정장 착용 △외부 인사와 하는 주요 회의나 사내외 주요 행사 참석 시는 정장 착용 등이었다. 이에 따라 청바지는 금지됐고 상황에 따라 여전히 정장을 입어야 할 때가 있었다.

SK텔레콤은 2007년 또 한 번 복장 규정에 변화를 줬다. 청바지를 처음 허용한 것이다. 당시는 경쟁사인 KTF(현 KT)가 ‘쇼(Show)’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SK텔레콤을 급속도로 추격한 시점이다. KTF가 젊은 이미지로 밀어붙이자 SK텔레콤도 사고의 유연성이 갈수록 중요해진다며 복장 규정의 ‘빗장’을 좀 더 풀었던 것.

이번엔 직원들의 의식도 많이 변했다.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던 7년 전과 달리 젊은 직원 중에선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단서 조항은 있었다. ‘비위생적이거나 혐오감을 주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은 내외부 고객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상대방에 대한 무례함을 범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반바지는 여전히 착용 금지였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올해 마지막 빗장이 완전히 풀렸다. 반바지와 샌들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애플발 ‘쓰나미’로 IT 업계 전체가 급격한 소용돌이에 휩싸이자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SK텔레콤은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자 애플리케이션과 티맵 등 스마트폰 내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들고 유통할 플랫폼 부문을 신설했다. 그러면서 그곳의 복장은 게임회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복장 파괴 실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직원은 “복장 파괴만으로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겠느냐”며 “위축돼 가는 통신 산업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반바지와 샌들 차림을 허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하기도 한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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