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처음으로 태블릿PC 전용 운영체제(OS)를 공개했다. 차세대 PC로 주목받는 태블릿PC 분야에서 애플과 구글에 시장 주도권을 내준 MS가 기사회생할지 주목된다.
○ 부팅속도 8초…‘윈도7’과 ‘윈도폰7’의 DNA를 결합
MS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 ‘빌드(Build) 2011’ 콘퍼런스를 열고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에게 ‘윈도8’ 시제품(프리뷰 버전)을 소개했다. 다만 윈도8 정식 출시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윈도8은 PC OS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MS가 처음으로 태블릿PC 전용 OS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태블릿PC가 모바일 기기인 스마트폰과 PC의 장점만을 결합한 것처럼 윈도8도 껍데기는 스마트폰용 OS인 ‘윈도폰7’을, 내부는 PC용 OS인 윈도7을 닮았다. 화면의 아이콘 모양은 윈도폰7에 적용된 사각박스 형태의 타일 모양이다. PC 전원을 켜서 프로그램이 동작할 때까지 부팅 시간은 8초다. 스마트폰의 부팅 속도를 거의 따라잡았다.
윈도8은 태블릿PC 전용 OS이지만 윈도7 PC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 있다. PC에서 쓰던 워드 문서파일이나 인터넷 뱅킹 업무를 태블릿PC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일반 PC 본체에 터치스크린 모니터만 달면 PC를 키보드와 마우스 없이 태블릿PC처럼 활용할 수 있다.
스티븐 시노프스키 MS 윈도 총괄 사장도 “윈도8은 PC에서 어떤 장점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차원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2.8기가바이트(GB)∼4.8GB에 달하는 대용량의 윈도8로 태블릿PC를 만들면 전력 소모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콘퍼런스에서 윈도8을 활용한 제품을 별도로 선보이면서 이 같은 걱정을 잠재웠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윈도8을 활용해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 윈도8 태블릿은 2013년에나 나올 듯
문제는 제품 발표 속도다. MS는 OS 분야 기술력이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신제품을 발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국MS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제품을 선보인 뒤 정식 버전이 출시되는 데는 최소 2∼3년이 걸린다”고 했다. 2013년은 돼야 윈도8을 탑재한 태블릿PC를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MS의 CEO인 스티브 발머는 2007년에 “(아이폰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전화지만 키보드가 없어 e메일을 보내는 데 불편하기 때문에 기업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며 애플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지난해 11월 윈도폰7을 출시하면서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다.
또 윈도7의 인기가 오히려 윈도8 출시 일정을 앞당기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윈도8의 수요가 윈도 7의 매출을 갉아먹는 내부 매출 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MS에 따르면 2009년 10월 출시된 윈도7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4억 개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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