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 재정위기로 달러와 유로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중국 위안화의 도전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이 틈을 타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쏟으면서 국내 업체를 상대로 위안화 결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거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중국은 무역거래에서 2009년 4월 위안화 결제를 시범 도입한 이후 2010년 해외 대상 지역 제한을 없애는 등 결제 범위와 대상 국가를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런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총 무역거래 중 위안화 결제 비중은 2.5%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1분기 6.9%, 2분기 10.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계속 위협받고 있고 유럽 역시 재정위기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어 유로화가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의 지위로 끌어올리는 첫걸음으로 위안화를 아시아 내 지역통화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존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섣부른 기축통화 논의는 자제하는 대신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박기순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장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먼저 아시아 내에서 달러와 같은 지위를 얻는 게 현실적인 목표”라며 “현재 무역거래에서 빠르게 위안화 결제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대중국 수출입 비중이 전체 무역규모의 21.2%에 이르러 위안화 국제화가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의 국제 거래를 늘리기 위해 달러를 통한 신용장 개설이나 대금 결제 기간을 제한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과 거래하는 한국 수출입업체의 위안화 결제 필요성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중국에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A업체는 5월 중국 거래처로부터 ‘위안화 신용장을 개설했으니 위안화로 결제하라’는 일방적 요구를 받았다. 거대 중국시장을 바탕으로 한 요구여서 국내 업체는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 결제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한 업체들은 환전 비용 등을 부당하게 청구당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KOTRA가 3월 대중국 수출입기업 104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77.5%가 위안화 결제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46%에 이르는 업체가 중국 바이어에게 위안화 결제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HSBC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업체의 위안화 결제 문의가 작년보다 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HSBC은행과 위안화 결제 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업체와의 거래를 선호하고 있어 위안화 결제가 활성화되면 국내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위안화에 대한 환위험 헤지상품이 부족하고 위안화를 통한 재투자나 다른 거래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내의 위안화 관련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시중은행들은 위안화 관련 상품이나 제도 정비에 소홀한 측면이 많다”며 “중국과의 무역거래가 늘고 위안화 절상 효과까지 고려하면 위안화 결제를 통해 얻는 이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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