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선진화에 4조 필요… 지분팔아 재원 마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 연임 성공한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터뷰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자본을 유치하면 경영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며 인천공항 지분 매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자본을 유치하면 경영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며 인천공항 지분 매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해 개항 10주년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은 4월 경사를 맞았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 1700여 공항 모임인 국제공항협의회(ACI)의 ‘2010년 공항서비스평가(ASQ) 시상식’에서 ‘공항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 공항상(Best Airport Worldwide)’을 받았다. 이번 수상으로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 사상 처음으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때문에 세계 공항에서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한 ‘러브 콜’이 쏟아지고 있다.

2008년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이끌고 있는 이채욱 사장(65)은 혁신의 선봉장이다. 197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해외본부장을 거쳐 GE코리아 회장을 지낸 민간 기업인 출신인 그는 글로벌 기업에서 익힌 경영기법을 성공적으로 공기업에 적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5일 인천공항공사에서 그를 만나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의 이유와 계획을 들어봤다.

이 사장은 대뜸 친구 이야기부터 꺼냈다. 지분 매각과 관련해 “왜 그렇게 나쁜 짓을 하느냐”는 전화를 친구에게서 받았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친구가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공기업 지분을 대통령 친인척과 외국 투기자본에 넘겨주려는 것이라는데 왜 그런 일에 앞장서느냐’고 화를 내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속이 터진다”고 했다.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이제 안 된다”며 “작은 일로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일이 반복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과 일부 단체가 반대하는 지분 매각을 왜 꼭 하려고 하는 건가요.

“인천공항이 남다른 경영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제2여객터미널을 포함한 3단계 건설사업을 추진하려면 4조 원이 필요한데 이 돈을 지분 매각으로 조달해야 합니다. 세금을 더 거둘 순 없지 않습니까. 공사로 남아 있으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아무것도 추진할 수 없어요. 심지어 자회사도 만들 수 없습니다. 민간 자본을 유치하면 경영 효율성이 더 높아집니다.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과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을 비롯해 대다수 세계 주요 공항은 이미 기업공개를 하지 않았습니까.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지분 매각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특정 세력이 한국의 기반시설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외국인 한도를 30%로 제한하고 단일 투자자의 지분도 15%로 묶었습니다. 공항이용료와 주차료가 오를 것이란 얘기도 모두 낭설입니다.”

―매각은 어떻게 추진할 계획입니까.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관련법이 발의돼 국회 국토해양위 법안 소위에 계류돼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지분 매각 주간사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1차적으로 20%를 매각하고 장기적으론 49%를 팔 계획입니다.”

―주당 가격은 얼마로 예상하나요.

“매각 주간사회사가 자산 재평가와 향후 이익 흐름을 감안해 결정할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정확한 가격을 예상하기 힘듭니다. 다만,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일반 국민에게 30%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본금은 2010년 말 기준 4조6219억 원. 액면가(5000원)의 2배 이상 가격으로 49%를 매각하면 5조 원 이상이 국고로 유입된다. 정부는 매각 대금을 3단계 건설사업과 주변 시설 확충에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분을 매각하면 일자리도 늘어나나요.

“시설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3만∼4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수 있습니다. 제2공항청사에는 물론 다양한 부대시설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겁니다. 특히 에어시티 내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건설되면 중국인 관광객이 물밀 듯이 몰려와 국부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은 공항 주변 국제업무단지 350만여 m²에 카지노호텔단지와 메디컬센터, 복합위락단지 등을 만드는 ‘에어시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 지분 10%를 해외 선진공항과 맞교환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의 공항이 되기 위해선 다른 공항과의 전략적 제휴가 절실합니다. 항공사들처럼 스카이팀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봤습니다. 인천공항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입니다.”

―인천공항의 미래 비전은 무엇입니까.

“세계 최고의 서비스 공항에서 규모 시설 운영 전반에 걸쳐 공항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공항전문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또 브랜드 파워를 통해 해외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생각이에요. 세계인이 방문하고 싶은 공항, 한국인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공항, 근무자 모두가 자부심을 갖는 공항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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