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 예산안과 관련된 기사를 자주 봤습니다. 정부가 내년에 쓸 예산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정해지는지 궁금합니다. 》
예산안은 매년 △편성 △심의·확정 △집행 △결산·평가 등 네 단계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 같은 재정운용과정은 국민에게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를 반영해 한 해에 쓸 정부 살림살이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집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는 장기적인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고 각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검토해 부처별로 예산을 나눠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크게 보면 예산에 깊이 관여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와 국회입니다. 정부에서 확정한 예산안을 국민의 대표자들이 모인 국회에서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 먼저 재정운용과정을 시기적으로 살펴볼까요. 1월 말 각 부처는 5년 이상 꾸준히 예산이 필요한 신규사업과 주요 계속사업의 중기사업계획서를 재정부에 제출합니다. 이를 토대로 재정부는 4월 말 열리는 대통령 주재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를 거쳐 부처별로 다음 연도 ‘지출한도(Ceiling)’를 확정합니다.
이어 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에 따라 각 부처는 5, 6월 중 다음 해 예산요구서를 만들어 6월 말까지 재정부에 제출합니다. 이 기간 재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서 재정운용 방향이나 재정 이슈 등에 대해 민간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합니다. 올해는 특히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등이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복지 재원 규모와 재정건전성 유지 사이에서 논쟁이 계속됐습니다.
7월부터 9월까지 재정부는 각 부처가 제출한 예산요구서를 토대로 요구한 예산의 규모가 적정한지, 낭비되는 사업은 없는지 등을 심의해 각 부처에 배분할 예산을 정합니다. 이를 토대로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인 10월 2일까지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됩니다. 석 달 가까운 기간에 정부 예산안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실 직원들은 밤을 새워가며 업무에 매달립니다. 또 각 기관의 예산담당자들은 기획재정부를 찾아와 자신들에게 예산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예산을 가급적 많이 따내려고 분주히 뛰어다닙니다.
10월이 되면 정부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상임위원회 에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 △본회의 의결 등 세 단계를 거치며 국회에서 예산안 심의가 이뤄집니다. 시정연설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하거나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방식으로 예산안의 중점 내용과 추진 방향 등을 설명하는 과정입니다. 이어 상임위와 예결위를 거쳐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본회의 의결을 마쳐야 합니다. 하지만 여야의 다툼 속에서 국회가 처리시한을 지키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국회 예산안 심의에서는 각 사업의 예산을 깎을 수는 있지만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을 늘리거나 신설하지는 못하게 돼 있습니다.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인정하고 포퓰리즘에 취약한 국회에서 마구잡이로 예산을 끼워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국회에서도 정부가 예산을 적정하게 편성했는지 등을 제대로 심의해야 합니다.
한편 이처럼 확정된 예산은 각 부처에서 계획에 따라 집행하게 됩니다. 다만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다른 쓰임새로 돈을 쓰거나 예비비를 마련해놓는 등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회계연도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결산을 국회에서 승인받아야 합니다. 각 부처는 2월 말까지 결산보고서를 재정부에 제출하고 재정부는 국가결산보고서를 감사원에 제출해 검사를 받은 뒤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성과목표관리제, 재정사업 심층평가제도 등 평가과정을 통해 사업효과를 다음 예산 편성 때 반영합니다.
이제 내년 정부 예산안이 거의 완성돼 국회 심의·확정 단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내년 재정지출은 323조∼328조 원 사이에서 정해질 예정이지만 정확히 얼마로 정해질지, 정부가 어떤 분야에 예산을 많이 쓸지, 올해 국회 처리과정에서 또 어떤 해프닝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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