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 씨(74)는 2009년 퇴직금 1억5900만 원으로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저축은행 후순위채를 샀다. 전액을 프라임저축은행 채권 6000만 원을 포함해 저축은행 3곳의 후순위채를 매입했다. 시중금리가 연 4% 중반인 상황에서 연 8.5%의 금리를 준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이 저축은행들이 18일 모두 문을 닫아 조 씨는 투자금액을 모두 날리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저축은행 7곳은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5000만 원 초과 예금을 끌어들이고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고객 피해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유동성을 늘리려는 저축은행들의 이해관계와 ‘설마 망하진 않겠지’라는 일부 고객의 안이한 태도가 맞물린 결과다.
18일 금융위가 밝힌 ‘6월 말 기준 부실 저축은행 재무현황’에 따르면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 중 토마토, 제일2, 에이스, 파랑새저축은행 등 4곳의 총수신이 최근 1년 동안 증가했다. 이들의 수신 규모는 상반기 8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대량 예금인출(뱅크런)을 겪어 예금이 줄었을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을 빗나가는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연 5%대 후반의 금리를 내세워 무리하게 수신을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동아일보가 이달 초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을 받은 85개 저축은행 가운데 78곳의 자금 유·출입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부실 저축은행들의 수신 잔액이 최근 들어 더 많이 늘거나 현상유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고객 유치경쟁이 효과를 보면서 이번에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에 5000만 원을 초과해 예금한 고객이 2만5766명으로 불어났다. 이들 5000만 원 초과 예금 고객의 평균 예금액은 5561만 원이었다. 예금자 보호한도(5000만 원)를 초과하는 561만 원의 상당액을 날릴 위험에 빠진 것이다.
후순위채 투자 고객은 총 7571명으로 1인당 투자금액이 2948만 원이었다. 전체 투자금액이 2232억 원으로 상반기 부산저축은행그룹 영업정지 당시 후순위채 투자규모보다 1000억 원 가까이 많았다. 후순위채를 산 사람은 5000만 원 이상 예금자와 선순위 채권자들이 돈을 돌려받은 다음 자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가 아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투자했다면 원금을 돌려받기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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