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자금.’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시장을 뒤흔든 주범으로 헤지펀드가 지목되면서 이런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헤지펀드의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탄생도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5일 재간접 헤지펀드 전문운용회사 퍼멀그룹과 헤지펀드 사업의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운용 규모만 26조 원에 이르는 세계 5위권의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사인 퍼멀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한국형 헤지펀드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선보일 방침이다.
MOU 체결식 후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한 오마 코드마니 퍼멀그룹 대표(사진)는 한국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코드마니 대표는 “한국에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함을 알고 있지만 우량한 펀드에서부터 불량 펀드까지 다양한 펀드가 나올 수 있는 것이 헤지펀드의 세계”라며 “우리의 미션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양질의 헤지펀드들에 분산투자를 하는 것인 만큼 한국 고객들에게도 절대수익과 적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상품 2, 3개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헤지펀드와 관련해서도 한국투자증권이 1차 실사를 하면 이를 통과한 펀드를 대상으로 퍼멀그룹이 2차 실사와 투자주선 등을 벌일 계획이다.
그는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대했던 것보다 뜨겁다고 털어놨다. “MOU 체결 뒤 잠깐 투자자들을 만났는데 기관투자가 중 상당수가 대안 투자처로 헤지펀드를 고려하고 있더군요.”
물론 코드마니 대표도 한국형 헤지펀드가 성공하기까지는 과제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헤지펀드의 성공요건은 무엇보다도 트레이닝을 잘 받은 펀드매니저”라며 “연륜이 쌓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생겨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쏟아지는 헤지펀드 매니저 중 진짜 ‘양질’의 인력은 2∼5% 남짓일 것”이라고 말했다. 1000개의 헤지펀드가 나온다면 그중 2∼5개가 성공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자리 잡기까지는 3년쯤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시장에서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초기 1년 정도까지 펀드가 쏟아지고, 그 후 본격적으로 운용을 통해 트랙 레코드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옥석을 가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지요.”
최근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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