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리포트]신한 골드리슈 vs KB 골드뱅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점유율 90% 수성” vs “영업망 활용 역전”

“경제가 불안할 땐 결국엔 금(金)이라는데 지금이라도 금테크 시작할까.”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불어닥친 폭풍은 부자들로 하여금 다시 금에 눈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증시가 요동치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치솟았기 때문. 최근 증시 불안이 다소 진정돼 금 가격이 주춤하고 있지만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투자자들의 관심에 발맞춰 ‘골드뱅킹’ 관련 상품 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골드뱅킹이란 금 실물 거래 없이도 원화를 계좌에 입금하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와 달러 환율을 적용해 금으로 적립해 주는 파생투자상품. 지금까지는 90% 안팎의 점유율을 내세운 신한은행의 독무대였지만 이제 골드뱅킹 지형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은행이 골드투자통장 영업을 재개하면서 신한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것. 골드뱅킹 시장의 ‘왕좌’가 바뀔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 골드뱅킹 절대강자 신한은행

골드뱅킹은 사실상 신한은행 독무대였다. 2003년 11월 ‘골드리슈’란 이름으로 금 실물 골드뱅킹을 처음 선보인 이래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비과세로 적용됐던 금 통장 계좌 이익에 대해 일반 통장과 마찬가지로 소득세와 주민세 등 15.4%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여타 은행들이 골드뱅킹을 중단하는 가운데서도 신한은행은 꿋꿋이 고객들을 불러 모았다.

금 가격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투자자들은 더 늘었다. 골드리슈 계좌 잔액은 올 1월 말 4512kg(약 2170억 원)에서 8월 말 기준 6841kg(약 4299억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 상태다. 계좌 수도 1월 말 8만6573개에서 10만3717개로 늘었다.

신한은행의 강점이라면 무엇보다 다양한 상품군이다. 계좌거래인 △골드리슈 금 적립 △키즈앤틴즈 금 적립 △골드리슈 골드테크통장 △U드림 골드모어 통장(인터넷 전용) △달러앤(&) 골드테크통장과 대출상품인 △신한 금적립 담보대출 등의 상품이 구성돼 있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대표 상품인 골드리슈 골드테크 통장은 가입기간 및 자격과 최소, 최대 거래량 등에 전혀 제한이 없는 자유입출금식 상품이다. 적은 금액으로도 꾸준히 금 투자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금 적립과 키즈앤틴즈 금 적립은 각각 6개월∼5년, 3년의 가입기간이 정해져 있는 자유적립식 상품이다. 최소 거래량은 두 상품 모두 1g 이상이다.

선택의 폭도 폭이지만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오랜 기간 골드뱅킹 노하우를 갖춰온 신한은행만의 장점이다. 신한은행은 예약매매 서비스는 물론이고 원-달러 선물환거래로 금 적립 때 환율에 따른 변동성을 제거한 ‘골드키퍼’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 다시 뛰어든 국민은행

후발주자인 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골드뱅킹을 시작해 한창 영업을 벌이던 중 지난해 정부가 골드뱅킹을 과세 대상으로 지정하자 금 적립계좌 신규판매를 한동안 중단했다. 하지만 8월 26일 금융위원회의 업무인가 승인이 난 뒤 국민은행은 ‘KB골드투자 통장’ 판매를 재개했다. 판매 재개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골드뱅킹 시장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 통장’은 골드뱅킹의 기본형 상품이다. 거래시점의 국제 금 가격과 원-달러 환율에 의해 결정되는 거래가격에 따라 금을 입출금하고 금 가격 또는 환율의 상승에 따라 발생하는 금 매매 차익을 노릴 수 있다. 신규 개설 때 1g 이상을 예치해야 하며 그 이후에는 0.01g 단위로 편리하게 원화로 투자할 수 있다. 이용근 국민은행 파생상품 영업부 과장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금융투자 상품으로 취급돼 펀드와 같은 판매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앞으로 판매과정이 약간 까다로워지겠으나 소비자들의 골드뱅킹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골드투자 통장의 8월 말 기준 잔액은 329kg(약 108억 원), 계좌 수는 7700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100여 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점포망을 갖춘 국민은행인 만큼 본격적인 영업경쟁이 이뤄지면 상황을 예측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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