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중단했다가 22년 만인 2006년부터 재개한 각종 해외건설사업에서 금호건설이 보여주고 있는 특징은 ‘건설한류’로 요약된다. 전략적인 사업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베트남의 현지 언론으로부터는 ‘선진 건설문화의 전도사’로 불릴 정도. 올해 4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항에 지은 관제탑은 예술적인 외관으로 ‘건설도 패션’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해외건설 후발 주자로서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통해 시장을 개척해나가겠다는 목표가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 같은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 기옥 금호건설 사장은 올해 초 전 임직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8대 전략과제의 하나로 ‘해외사업 확대’를 제시하며, “현재 10% 미만인 해외사업 비중을 2015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리자”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베트남의 스카이라인을 바꾼다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 도심 한복판에서는 낯익은 글자가 눈에 띈다. 빨간색 윙마크로 대표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로고다. 이 로고가 붙은 건물이 금호건설이 2006년 수주해 36개월 만인 2009년 9월에 완공한 주상복합건물 ‘금호아시아나플라자’이다. 이 건물은 3개 동, 21∼31층 규모로 호텔과 고급아파트, 오피스 등이 들어서 있는데 호찌민 시의 대표적 상징건물(랜드마크)로 꼽힌다.
이곳에서 10분 거리에 한창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 ‘타임스퀘어’라는 건물이 있다. 금호건설이 짓고 있는 것으로 아파트와 호텔 등이 들어서며 지상 40층 규모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다. 이 밖에 금호건설은 호찌민 시에 752채 규모의 주거단지인 ‘선라이즈 시티’ 프로젝트를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며, 올해 4월에는 베트남 유통 대기업인 C.T 그룹에서 발주한 ‘C.T 플라자 주상복합건물’ 공사도 수주했다. 이들 빌딩은 모두 호찌민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각국 대사관, 외국인학교, 생활편의 시설 등이 인접해 있어 호찌민 시 주민들에게 최고의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건설은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도 진출하여 최근 하노이 중심업무지구인 랑하 거리에 들어서는 ‘웨스턴 뱅크 타워’ 건설공사를 착수했다. 금호는 이번 사업이 호찌민에 집중되어 있던 역량을 베트남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화로 틈새시장을 뚫는다
금호건설은 인천국제공항 김해공항 양양공항 제주공항 무안국제공항 등을 시공하며 국내 공항건설 부문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건설사로 자리 매김해 왔다. 특히 무안국제공항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도맡아 완공했다.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UAE 두바이 월드센트럴 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마감공사와 아부다비 국제공항 관제탑 공사를 수주했다. 특히 아부다비 국제공항 관제탑은 세계 굴지의 건설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따낸 사업으로서 의미가 크다. 5900여만 달러가 투입돼 지어진 이 관제탑은 높이 108.5m, 지하 1층∼지상 22층 규모에 아라비아 상인들이 전 세계와 무역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삼각형의 큰 돛을 단 배 모양의 디자인으로 외관이 설계돼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금호건설의 기업광고에 ‘건설은 패션’이라는 카피와 함께 소개됐을 정도다.
○건설한류를 짓는다
금호건설이 해외시장에 재진출한 지 몇 년도 안 돼 베트남과 중동에서 잇따라 수주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술력과 함께 선진건설관리문화 노하우 전수, 꾸준화 현지화 작업 등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금호건설은 2006년 10월 금호아시아나플라자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선진 공사관리 문화 전파에 힘썼다. 우선 베트남 문화와 금호아시아나를 상징하는 각종 아이콘을 사용해 자칫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는 공사현장 펜스를 아름답게 꾸몄다. 현장을 드나드는 덤프트럭의 타이어를 청결하게 세척해 주는 세륜기도 도입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펜스 주위에 화단까지 조성할 정도로 최대한 현지 문화와 근로자들을 존중하고자 했다”며 “예전과 다른 건설 현장 분위기에 베트남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