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전력대란/전기 10% 끄세요]<하> 전기 절약, 나부터 실천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낮추고 닫고 바꾸고 줄이고… ‘전기먹는 하마’ 4마리 잡아라

절전을 실현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보면 막상 무엇부터 바꿔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정부가 만든 ‘절전 액션(행동) 가이드’는 절전 실천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 가이드를 따라 자신의 생활과 집 안 곳곳을 꼼꼼히 체크하다 보면 전력소비를 줄일 방법을 한두 개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 내 전력소비 21% 감소’라는 놀라운 성과를 낸 이 가이드라인을 함께 확인해보자.

○ 우리 집 ‘전기 먹는 하마’ 네 마리

일반 가정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제품은 크게 네 가지로 에어컨 냉장고 조명 TV다. 집 안의 전력소비를 줄이려면 먼저 이들 4개 품목의 사용 습관부터 체크해야 한다.

먼저 에어컨은 설정온도를 지나치게 낮추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에어컨 온도를 1도 낮추면 7∼13%의 전력이 더 들어간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내 전기료를 기준으로 에어컨 1대를 가동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 달 평균 5만5904원으로 선풍기 30대를 돌리는 비용(5만4240원)보다 비쌀 정도다.

이 때문에 올여름 일본 정부는 에어컨 온도를 ‘28도 이상’(한국은 26도 이상을 권장)으로 해달라고 국민에게 요청했다. 그 대신 일본 전력당국은 “에어컨 바람을 ‘약’으로 설정한 뒤 선풍기를 함께 틀면 에어컨을 ‘강’으로 운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노하우를 홍보했다. 필터를 청소해 에어컨 효율을 높이고 에어컨 실외기 주변의 물건을 치워 열이 잘 빠져나가게 하는 것도 절전에 도움이 된다.

냉난방 전력을 줄이려면 창문 단속도 잘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여름철 실내로 들어오는 열의 20∼30%, 겨울철 실내에서 빠져나가는 열의 10%가 창문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여름철 창문에 레이스로 된 커튼이나 마루까지 내려오는 긴 커튼을 달면 열이 들어오거나 냉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요즘 일본에서는 창문 밖에 담쟁이덩굴 등을 키워 자연스럽게 햇볕을 차단하는 ‘그린 커튼’도 인기를 끌고 있다.

냉장고의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냉장고 문을 여닫는 횟수를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일본 전력당국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냉장고와 냉동실의 문을 각각 50차례, 16차례 여닫을 경우 그보다 절반인 25차례, 8차례 여닫을 때보다 전력소비량이 6%가량 증가한다.

냉장고 문 가장자리의 고무패킹이 닳았다면 이를 교체해 주는 것도 절전에 도움이 된다. 냉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잡을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산업계는 ‘냉장고용 커튼’이라는 것까지 개발해냈다. 투명 필름 형태의 커튼을 냉장고 안 선반 입구에 달아 냉기 탈출을 최소화하도록 한 제품이다. 올여름 일본에서 ‘대박’이 난 이 제품은 현재 국내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도 △꽉 찬 냉장고를 정리해 냉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뜨거운 음식은 식혀 넣고 △냉장고 몸체를 벽에서 적당히 띄워 열 배출을 쉽게 해주면 냉장고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다.

조명 절전을 위해서는 안 쓰는 불은 끄고 여러 개의 전구가 들어가는 조명일 때는 한두 개를 빼내 조명을 낮춰야 한다. 조명을 바꿀 기회가 있다면 절전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사는 것도 좋다. LED 전구는 일반 전구에 비해 80%가량 절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TV는 볼륨과 화면밝기를 낮춰 보면 절전에 도움이 된다. 집 안에 자주 쓰지 않는 가전제품이 있다면 플러그를 다 뽑아놓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 가정에서 플러그를 통해 소비되는 대기전력은 전체의 6% 수준으로 이는 TV의 전력소비량과 맞먹는 양이다.

○ 한국과 너무 다른 일본의 절전 캠페인


일본 국민들은 정부가 소개한 이 같은 절전 노하우를 착실히 실천해 올여름 기대 이상의 절전 효과를 봤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본 정부가 절전 요령 홍보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전기 절약’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곧바로 일본 정부가 만든 ‘절전 포털 사이트’로 연결된다. 일본 경제산업성뿐 아니라 총리실 환경성 도쿄전력 등 유관 부처가 모두 참여한 이 사이트에서는 절전과 관련된 통계 현황 노하우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절전 가이드 역시 에어컨 전기카펫 조명 TV PC 식기세척기 등 제품별로 세분해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냉장고 문의 고무패킹 갈기와 관련해서는 ‘문틀 사이에 명함을 끼운 뒤 닫고 (명함을) 손으로 잡아 빠질 정도면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반면 우리나라 시민들은 절전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절전 가이드를 모아놓은 곳도 없고 관련 정보도 부처나 기관마다 제각각 흩어져 있다. 내용도 어렵다. 에너지관리공단이 내놓은 절전 가이드의 경우 ‘에너지 효율등급이 높은 아파트를 구매하자’, ‘고기밀성 단열문을 사용하자(냉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창문을 설치하자는 뜻)’처럼 당장 실천하기 어렵거나 알기 어려운 표현이 대부분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여름 일본에서는 폭염에도 에어컨을 한 번도 안 켰다는 가정이 많았다”며 “‘적은 전력이라도 낭비하면 국가에 폐가 된다’는 국민 의식이 위기 극복에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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