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결혼을 앞둔 직장인 A 씨(29·여)는 4월 결혼한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가 훌쩍 오른 물가를 체감했다. 같은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는데 5개월 만에 20만 원이 오른 것을 알게됐다.
스튜디오 촬영비를 포함해 A 씨가 지불한 총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비용은 310만 원. 4월 결혼한 친구(230만 원)보다 무려 80만 원을 더 지불한 것. 스드메 가격은 드레스나 미용실 선택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최근 들어 상당수가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게 웨딩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오른 것은 스드메 뿐만이 아니었다. 종전에는 공짜였던 서비스에 각종 비용이 청구되기 시작한 것. A 씨는 "웨딩드레스를 고르기 위해 여러 가게에서 드레스를 입어보는 데도 '드레스샵 투어비'라는 이름으로 업체 당 3만 원씩을 내야했고, 웨딩사진을 담는 액자 역시 별도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고 말했다.
●수직 상승하는 '결혼 물가'
이번 가을은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데 필수코스로 여겨지는 스드메 패키지 비용부터 예물, 신혼집, 살림살이 등 각종 비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특히 결혼 준비에 필요한 서비스 항목은 실제 원가 상승과 아무런 상관없이 폭등하고 있다. 한 웨딩업체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서 인건비도 같이 오르고 추가 부수비용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웨딩스튜디오들은 투자비를 뽑기 위해 올해 들어 20~30만 원 가량 가격을 올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예물 가격도 많이 올랐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돈(3.75g)당 21만4170만 원이던 금 소매가격은 올 9월 현재 28만3140원으로 32.2%나 올랐다. 다이아몬드의 가격도 30~40%가량 올랐다. 서울 종로귀금속의 한 예물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500만 원 정도면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으로 구성된 예물 세트 3개 정도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요새는 금 값이 많이 올라 그 돈으로는 1, 2개 세트 밖에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혼집을 꾸리는 데 필요한 각종 살림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동아일보가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을 통해 TV, 책상, 의자, 책장, 장롱, 소파,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침대 등 10개 품목을 임의로 골라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10개 중 7개의 현재 가격이 각 제품의 출시 직후 평균가보다 높았다. 통상적으로 가전 등 살림살이 가격은 신상품일 때가 비싸기 마련인데, 최근 물가가 오르다보니 오히려 현재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이다. 10개 품목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6만60원으로 출시 이후 평균가 688만3448원보다 17만6612원(2.5%)가량 비쌌다.
신혼물가 상승세는 통계청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의 경우 신혼살림에 꼭 필요한 35개 품목 중 22개의 물가지수가 올해 8월 기준으로 전년보다 올랐다. 올해 8월 가구의 물가지수는 5.4% 올랐으며 침구 및 직물은 6.1%, 가정용 기구는 1%, 주방용품은 7.8%씩 올랐다.
●전세난, 금융 위기 등에 험난한 예비 신혼부부
예비부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신혼집 구하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8월 현재 전년 동월 대비 12.7%나 올랐다. 특히 아파트는 전세 값이 16.7%, 매매가는 9.2% 상승했다. 가격뿐만 아니라 물량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다. 최근 가까스로 신혼 전셋집을 얻었다는 한 남성은 "서울에서 전세를 얻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고, 집주인들이 보증부 월세(반전세)를 선호하다보니 신혼부부에게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에 예금을 들었다가 영업정지를 당해 자금이 묶인 사례도 있다. 내년 1월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김모 씨(32)는 예금보호한도인 5000만 원 이하로 12월 만기 예금에 돈을 넣었다가 자금이 묶였다. 당장 결혼을 준비하는 데 돈이 필요하지만 가지급금은 2000만 원밖에 안 되고 이자를 포기하기도 어려워 대출을 받을지 고민하고 있다.
결혼준비자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최근 글로벌 재정 위기가 터지면서 손해를 본 이들도 많다. 코스피지수는 7월 중순 2,180선을 넘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불어온 글로벌 재정 위기로 인해 현재 1800선에 머물고 있기 때문. 12월 결혼을 앞둔 이모 씨(31)는 "결혼준비자금에 필요한 돈을 놀리기 아까워 7월 중순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가 20%가량을 손해를 봤다"며 "전세 집도 못 구한 상황에서 여유 자금까지 잃고 나니 앞 날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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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3 01:55:18
군정때는 좀 나아지는듯하던 결혼문화가 지금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초호화판이되었다.좀 검소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결혼 혼수품을 과연 몇사람이 사용이나할까?제발 정부나 지도층이 관혼상제시행세칙같은걸 만들어 공직자,지도층이나 연예인들이 솔선수범토록하거라.잘사는 선진국의 젊은이들중에는 너무나 간편하게 실용적으로 치루는이도 참 많다.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아무데서도 보이질않으니 너무나 국가적인 손실이 크다.
군정때는 좀 나아지는듯하던 결혼문화가 지금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초호화판이되었다.좀 검소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결혼 혼수품을 과연 몇사람이 사용이나할까?제발 정부나 지도층이 관혼상제시행세칙같은걸 만들어 공직자,지도층이나 연예인들이 솔선수범토록하거라.잘사는 선진국의 젊은이들중에는 너무나 간편하게 실용적으로 치루는이도 참 많다.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아무데서도 보이질않으니 너무나 국가적인 손실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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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3 01:55:18
군정때는 좀 나아지는듯하던 결혼문화가 지금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초호화판이되었다.좀 검소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결혼 혼수품을 과연 몇사람이 사용이나할까?제발 정부나 지도층이 관혼상제시행세칙같은걸 만들어 공직자,지도층이나 연예인들이 솔선수범토록하거라.잘사는 선진국의 젊은이들중에는 너무나 간편하게 실용적으로 치루는이도 참 많다.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아무데서도 보이질않으니 너무나 국가적인 손실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