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은행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재정위기 → 금융위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IMF “세계 금융시스템 2008년 이후 최악의 상황”

유럽 은행에 이어 미국의 대형 은행까지 잇따라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실물경제 침체에 이어 금융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금융시스템이 2008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1일 미국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한꺼번에 두 단계를 낮췄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의 신용등급도 강등하면서 향후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해 추가 강등 여지를 남겨뒀다.

무디스는 등급 강등 배경으로 “미국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때에 비해 대형 은행들을 지원해 줄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재정 긴축으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할 여지가 줄어들었으며 금융규제 강화에 따라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 미 은행들은 유럽 은행에 대한 대출이 크지 않아 유로존 금융위기에는 한발 떨어져 있다고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로존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날 인테사산파올로, 메디오방카 등 이탈리아 은행 7곳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내렸다. 또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우니크레디트 등 은행 8곳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춰 향후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IMF는 21일 내놓은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의 부실이 최대 3000억 유로(약 482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글로벌파이낸셜리더스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신현송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3000억 유로가량의 자본을 유럽은행에 긴급 수혈하는 것이 위기 확산을 막는 최선책”이라고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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