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가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SC제일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자체 현안으로 개별 농성을 벌이고 있는 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은행권 최대 현안인 신입행원 초임 원상회복 문제를 이유로 다음 달 총파업을 선언했다.
영국 스탠더드차터드(SC)그룹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6월 27일부터 무려 67일간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벌인 SC제일은행 노조는 은행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현재 SC제일은행은 은행 이름에서 ‘제일’을 빼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SC그룹의 계열사 중 유일하게 SC제일은행만 다른 이름을 쓰고 있어 통합 차원에서 변경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노조는 성과급제 도입과 마찬가지로 명칭 변경 역시 본사의 글로벌 전략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행명 변경은 제일은행의 역사와 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고객 혼란과 브랜드 교체 비용까지 발생시킨다”며 “행명을 바꾼다면 파업 수위를 다시 높이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 노조도 21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 순회 집회에 착수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상반기 실적 호조에 따른 특별 성과급 지급, 근무시간 정상화, 사무인력 처우 개선 등 6월 노사 합의 사항의 신속 이행을 요구하며 8월 말부터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 왔다. 그러나 사측이 이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농성 장소를 지방으로도 확대했다. KB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말로만 ‘합의 사항을 곧 시행하겠다’고 하면서 석 달째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우리금융지주노조협의회도 20일부터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에서 카드회사 분사, 매트릭스 체제 도입, 경남·광주은행 완전 자회사화에 반대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 측은 카드 분사 등의 조치가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직원 구조조정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계속 투쟁할 뜻을 밝혔다.
개별 은행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융노조는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입행원 임금 복원에 관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23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부근에서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삭발식을 가질 예정이며 다음 달에는 총파업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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