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누적 수익률 78.47%. 연초 이후 5.78%(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12.93%)의 플러스 수익률.’
잘나가는 펀드나 랩어카운트 얘기가 아니다. NH투자증권이 매달 내놓는 월간 모델포트폴리오의 수익률 현황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매달 내놓는 월간 모델포트폴리오 중에서 NH투자증권의 것을 따라 그대로 투자해왔다면 누구나 이런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보통 30개에서 많게는 40개에 달하는 다른 증권사 모델포트폴리오와 달리 이곳의 추천 종목은 불과 20개 안팎이다. ‘되는 종목’만 쏙쏙 골라내는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22일 서울 여의도의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박선오(사진) 퀀트(Quant·계량분석) 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2004년 월간 모델포트폴리오를 처음 발간할 때부터 이 증권사의 모델포트폴리오를 진두지휘해 왔다. 최근 NH투자증권의 모델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유수 대형 증권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의 관심이 쏠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4년 당시 가상금액 100억 원으로 시작한 모델포트폴리오 운용 금액은 8월 말 현재 592억 원까지 커졌다.
모델포트폴리오의 고수익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복잡한 수식과 시계열, 회귀계수, 중앙값 등의 전문용어들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종목선정을 위한 계량분석 모델을 설명하는 자료였다. 주로 투자전략팀에서 모델포트폴리오를 발간하는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NH투자증권은 퀀트 담당인 그가 주무를 맡고 있었다. 박 연구원은 “다른 증권사들도 계량 모델을 돌리긴 하겠지만 시장과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업종 대표주나 시가 비중 등을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NH투자증권의 경우 순수하게 계량모델로만 종목을 선정한다는 게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퀀트 연구원으로서 그는 철저하게 계량분석을 통해 유망한 종목을 선정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어떤 ‘밸류에이션 모델’이 수익률과의 상관관계가 높은지, 매출액이나 순이익 증가 등 어떤 ‘성장성 지표’를 사용해야 고수익의 확률을 높일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종목선정 메커니즘’이 만들어진다. 그는 증시에 상장된 200여 개 종목을 이 메커니즘에 넣어 분석한 뒤 투자매력도 순위를 매겨 매달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짠다.
여기서 개인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모델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아무리 높다 해도 추천종목수가 많은 데다 주로 중대형주다 보니 따라서 투자하기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기관뿐 아니라 개인도 얼마든지 우리 모델포트폴리오를 참고해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종목 중에서 높은 수익을 낼 확률이 가장 높은 종목을 계량적으로 추려놓은 것이 바로 모델포트폴리오”라며 “1000만∼3000만 원 정도만 된다면 이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안정적인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장일수록 개인 역시 ‘원칙’을 세우고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관된 원칙 없이 시장을 예측하려고 덤비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퀀트 연구원으로서 그가 내세우는 원칙도 마찬가지다. 계량분석은 개별 종목과 관련된 수많은 지표 중 유의미한 것을 적정 비중으로 안배해 최적의 확률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때로는 시장의 흐름과 괴리가 있을 수도 있고, 숫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간과하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때에도 원칙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당장 수익률이 나빠지고 시장이 불안하면 임의 판단으로 선별종목을 바꾸고 싶을 수 있다”며 “하지만 시장이 어떻게 요동치더라도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통계적으로 검증된 메커니즘으로 종목을 고르겠단 것이 퀀트 연구원으로서 우리가 고수하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