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日대지진 피해 대책마련 24시간에 끝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케이스 스터디 : 삼성SDI 비즈니스연속성관리(BCM)

《 3월 11일 황성록 삼성SDI 구매팀장(상무)은 저녁 식사 도중 일본에서 규모 9.0의 강진 및 대형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했다는 긴급 뉴스를 들었다. 황 상무는 즉시 담당자들에게 자재별 일본 거래처의 피해현황 및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생산 계획과 재고 확보 정도를 기준으로 시급히 관리해야 하는 자재를 분류해 응급 대응을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글로벌 산업 공급망 체계를 바짝 긴장시켰지만 삼성SDI는 이에 따른 공급 차질 문제를 겪지 않았다. 대지진에 따른 예상 피해 파악 및 이후 대응책 마련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4시간. 》
삼성SDI는 대규모 재해, 재난에 대비한 체계적 위기관리 체제를 갖춘 기업으로 꼽힌다. 2009년 8월에는 영국표준협회(BSI)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BS 25999 비즈니스연속성관리체계 인증을 국내 제조 기업으로는 최초로 취득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9호(2011년 9월 15일자)는 삼성SDI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소개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내부 역량으로 BCM 구축

삼성SDI는 계획, 분석, 개발 및 실행 단계를 거쳐 BCM을 구축했다. 분석 단계에서는 업무 영향 분석과 리스크 평가를 통한 핵심 업무 선정 작업부터 진행했다. 업무별로 인력, 설비, 서비스 등과 관련한 중요도를 파악해 1차 주요 업무를 선정하고 해당 업무 중단이 주력 사업인 전지 생산 및 판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했다. 임직원 평가를 통해 전지사업의 연속성을 위협하는 3대 리스크로 화재(건물과 시설의 손실), 리콜(품질문제로 인한 손실), 원부자재 수급 중단(공급망 붕괴로 인한 손실)을 선정했다.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기업의 가치 창출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주요 부서 임직원 100여 명으로 이뤄진 대규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 구성원은 해당 부서의 업무 내용을 잘 알고 부서장과 소통이 자유로운 중간 관리자급으로 선정했다. TF는 전지사업의 가치 창출 과정을 원자재 구매부터 제품 제조, 판매 및 서비스까지 논리적으로 재해석하고 업무별로 코드를 부여했다. 또 주요 핵심 제품을 선정하고 해당 제품 생산 과정에서 어떤 업무가 중요한지 파악해 전지사업 핵심 업무를 최종 확정했다. 이 작업을 위해 업무별 이해관계자, 관련 자원, 회사의 취약점과 강점 등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각 부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TF 멤버들은 주요 공정의 전문가들이었다. 처음 해보는 작업에 TF 멤버들은 BCM 공부를 해가면서 오전 4∼5시까지 시스템 구축에 매진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내부 전문가를 육성해가면서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매년 받아야 하는 BCM 인증 심사 대응 작업을 3년째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다.

TF 멤버로 참여했으면서 현재 BCM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서규 과장은 “내부 전문가를 육성하지 않았더라면 BCM 인증을 매년 갱신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컨설턴트가 아닌 내부 인력이 주도함에 따라 삼성SDI는 조직의 특성과 역량을 가장 잘 반영한 BCM을 구축할 수 있었다.

○사전 예방 활동 강화

삼성SDI의 BCM 전략은 크게 3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위험관리 전략(RM·Risk Management), 사업재개 전략(BR·Business Resumption),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SC·Stakeholder Communication)이다. 위험관리 전략은 사전적인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업재개 전략은 효율적인 실행 조직과 자원의 적시 공급을 통해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대체수단을 가동해 핵심 업무 및 사업을 재개하는 ‘사고 발생 후 대응 전략’이다.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사업 중단 상황 발생 시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특히 제대로 된 BCM을 위해서는 사고 후 수습 못지않게 앞 단계에서의 예방이 중요한데 삼성SDI는 BCM을 구축하면서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예방에 주력한 RM과 사고 후에 초점을 맞춘 BR 및 SC가 균형을 맞추도록 했다.

삼성SDI는 사고대응 및 사업재개와 관련한 모의훈련을 통해 BCM을 수시로 운영, 검증하고 있다. 또 BCM을 일종의 기업문화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 BCM의 핵심은 재난, 위기상황 같은 비상시에 모든 조직이 효과적으로 움직여 실행력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삼성SDI는 기업의 DNA를 바꾼다는 자세로 리스크 대응 자체를 경영의 일부로 인식했다. 이를 위해서는 위기 대응 플랜이나 매뉴얼만으로는 부족한데 삼성SDI는 위기별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작성해 1년에 최소 1회가량 전 직원이 참여하는 위기대응 훈련을 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업무 매뉴얼과 위기대응 지침서 등을 확인할 겨를이 없기 때문에 반복 연습을 통해 대처 방안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이런 훈련은 위기 대응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줬다. 한번은 화재 대비 모의훈련 과정에서 직원들이 정해진 매뉴얼대로 잘 대응했지만 뜻하지 않게 IT 기기가 모두 작동하지 않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통신 두절 상태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

공장가동 승인제도 역시 삼성SDI의 주요 위기관리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제도는 신규 사업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했다. 공장가동 승인제는 개발, 구매, 품질, 제조, 환경안전, 유틸리티 등 총 9개 부서를 중심으로 공장가동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라인을 신·증설할 때 기획 단계부터 양산 시작 시점까지 정기적으로 사업 진척 현황을 점검하고 위험 요인을 미리 제거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 제도를 통해 대규모 투자와 관련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삼성SDI가 안정적인 BCM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경영진의 지원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큰 역할을 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수시로 직원들이 내는 작은 아이디어와 의견들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며 “사장과 직원 간의 자유로운 소통은 효과적으로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유종기 딜로이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이사   
이호준 삼성화재 삼성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BCM ::

갑작스러운 사건 사고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생산 활동을 최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비즈니스연속성관리(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전략을 의미한다. 조직을 위협하는 잠재적 영향을 식별하고 예방하며 사고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담고 있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9호(9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메리어트호텔 방값 정책의 비밀

▼ Management Science 2.0


호텔 단체 예약은 개별적인 객실 예약과는 매우 다른 가격 책정 방식이 요구된다. 숙박 외 다양한 패키지 서비스를 놓고 고객과 협상을 할 수도 있으며 단체 고객 규모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진다. 협상 시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숙박업체는 과거 경험이나 경쟁업체 가격을 참고해 숙박 할인율을 결정하곤 한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도입해 별다른 투자 없이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 신장을 기록한 기업이 있다. 글로벌 숙박 및 관광기업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토대로 상품의 가격을 결정해 기업의 매출과 이윤을 극대화했다. 메리어트의 ‘수익경영’ 전략을 소개한다.

신흥시장서 성공 위한 5계명

▼ Harvard Business Review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신생 기업의 실패율은 높다. 시장은 불완전하고 가격이나 비용도 불확실하다. 인프라는 아예 없거나 믿을 수 없는 수준이고 정부는 허약하거나 심지어 없는 경우도 있다. 사용할 기술도 검증된 바 없으며 경쟁자가 상식 밖의 대응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회를 잡고 성공을 이뤄 나가려면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비용을 좀 더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사회에 더 높은 기여를 하기 위한 5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실제 아프리카에서 진행한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