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물가’ 껑충… 예비부부들 우울한 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스·드·메<스튜디오촬영·드레스·메이크업>스트레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직장인 A 씨(29·여)는 4월 결혼한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가 훌쩍 오른 ‘결혼 물가’를 체감했다. 같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친구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비용으로 230만 원을 지불했지만 A 씨는 310만 원을 부담했기 때문이다. 5개월 만에 무려 80만 원의 비용이 더 든 것. 예비부부들의 ‘필수 코스’인 스드메 가격은 드레스나 미용실 선택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 웨딩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 수직 상승하는 ‘결혼 물가’


올가을은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스드메 패키지 비용부터 예물, 신혼집, 살림살이 등 각종 비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특히 결혼 준비에 필요한 서비스 항목은 실제 원가 상승과 아무런 상관없이 폭등하고 있다.

예물 가격도 많이 올랐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돈(3.75g)당 21만4170원이던 금 소매가격은 올 9월 현재 28만3140원으로 32.2%나 급등했다. 다이아몬드의 가격도 30∼40% 상승했다. 서울 종로귀금속의 한 예물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500만 원 정도면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으로 구성된 예물 세트 3개 정도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요새는 금값이 많이 올라 그 돈으로는 1, 2개 세트밖에 살 수 없다”고 했다.

신혼물가 상승세는 통계청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의 경우 신혼살림에 꼭 필요한 35개 품목 중 22개의 물가지수가 올해 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올랐다. 올해 8월 주방용품 물가지수는 7.8%, 가구는 5.4%, 침구 및 직물은 6.1%, 가정용 기구는 1% 상승했다.

○ 전세난, 금융위기에 무방비 노출된 신혼부부

예비부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신혼집 구하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8월 현재 전년 동월 대비 12.7%나 올랐다. 특히 아파트는 전세금이 16.7%, 매매가는 9.2% 상승했다. 가격뿐만 아니라 물량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다. 최근 가까스로 신혼 전셋집을 얻었다는 한 남성은 “서울에서 전세를 얻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고, 집주인들이 보증부 월세(반전세)를 선호하다 보니 신혼부부에게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부실 저축은행 때문에 자금이 묶이거나 결혼준비자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손해를 본 이들도 많다. 내년 1월 결혼하는 김모 씨(32)는 예금보호한도인 5000만 원 이하로 12월 만기 예금에 돈을 넣었다가 최근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자금이 묶였다. 12월 결혼을 앞둔 이모 씨(31)는 “결혼준비자금을 놀리기 아까워 7월 중순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가 20%가량을 손해봤다”며 “전셋집도 못 구한 상황에서 결혼준비자금까지 잃고 나니 앞날이 캄캄하다”고 털어놨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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