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發 금융위기]끝모를 공포에 글로벌 증시 얼어붙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4일 03시 00분


코스피 103P 대폭락… 1700선 붕괴

“세계 경제가 위험한 국면에 진입했다.”(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

“미국 경제는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다.”(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세계 경제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나 도움을 줄 수 있다.”(이강 중국 런민은행 부총재)

세계 경제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로 다가와 세계 금융시장을 대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재정위기가 금융을 거쳐 실물로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 지도자들의 국제공조 목소리는 ‘검은 금요일’의 공포에 묻힌 채 글로벌 증시의 폭락만 초래했다. 미국, 유럽 증시가 3∼5%대의 폭락세를 보인 데 이어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103.11포인트(5.73%) 급락해 2010년 7월 7일 이후 최저치인 1,697.44에 마감되며 1,700 선이 무너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2일(현지 시간) IMF와 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앞서 “위기 국면에 빠진 글로벌 경제에 대처하려면 국제 공조가 시급하다”며 위기를 경고했다. 올 8월 글로벌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난 후 세계 경제 지도자가 직접적으로 ‘위기 국면 진입’을 시인한 건 이례적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전 세계가 위험에 처했다”며 “이제 (심각한 위기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리더들에겐 변명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갈수록 자신감이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 졸릭 “전세계가 위험… 갈수록 자신감 줄어” ▼

경기 침체의 그림자는 미국-유럽-아시아를 돌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연쇄 폭락장세로 이끌었다. 22일(현지 시간) 영국(―4.67%), 독일(―4.96%), 프랑스(―5.25%) 등의 폭락에 이어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3.51%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으며 코스피는 주요국 증시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날 하락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58조940억 원이 증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널뛰기’를 반복하며 한때 1195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13.80원 하락한 1166원에 마감됐다. 한국의 부도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인 206bp를 나타냈다.

○ 글로벌 리더들 “세계 경제 위험”

22일 세계 각국의 정상, 금융시장 최고경영자(CEO)들은 일제히 세계 경제가 위기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위기의 진앙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수습에 나서도록 사실상 최후통첩을 던졌다.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재정위기보다 파괴력이 큰 유럽은행의 부실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유엔 총회기간 만난 유럽 정상들에게 더욱 단호하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세계 경제가 맞닥뜨린 도전에 대해 강력하고 조율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국가들도 22일 “10월 파리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때까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의 운용상 유연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4400억 유로인 EFSF는 그리스 지원과 유럽 금융회사 지원에도 부족해 추가 증액을 놓고 유럽 각국이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유로존 국가 정상들이 실제 자금 투입을 실행에 옮길지가 관건이다.

○ “유럽·미국 위기, 글로벌 경기침체로 확산”

IMF가 21일(현지 시간)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취약하다”고 경고한 데 이어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의 실물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자 수는 전주 대비 9000명 줄어든 42만3000명으로 집계됐으나 시장 예상치인 42만 명을 웃돌았다. 유로존의 서비스 및 제조업경기 지표인 복합 구매관리지수(PMI)는 49.2로 200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50 이하면 경기위축을 뜻한다.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주목받는 중국에서도 경기위축 우려가 제기된다. HSBC는 이날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 잠정치가 전달보다 0.5포인트 하락한 49.4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따라 국제유가도 이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2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5.41달러(6.3%) 급락한 80.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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