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2008년 금융위기와 현재의 금융불안 어떻게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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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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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부실 모기지서 촉발… 현재 국가신용 강등 도미노

《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연일 요동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재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원인은 무엇이었고 지금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

지난달부터 글로벌 증시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공포로 연일 요동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 역시 외국인투자가의 매도 공세로 코스피 1,700 선이 붕괴되는 등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경험 때문인지 이번 폭락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한층 복잡합니다. 3년 전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본격화된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0을 돌파하며 치솟던 코스피가 불과 몇 달 만에 1,000 이하로 반 토막 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폭락장과 비교되며 경제 기사에 자주 언급되는 2008년 금융위기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도록 할까요.

2008년 금융위기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실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2000년 벤처 거품이 꺼지고 2001년 9·11테러를 겪으면서 경기가 침체되자 미국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주택 경기를 띄웠습니다. 집값이 오르자 사람들은 앞다퉈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린 뒤 집을 샀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 모기지 업체들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도 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택경기가 한창 좋은 때였으므로 만약 이들이 빚을 갚지 못해도 담보로 잡은 집을 팔면 됐습니다. 하지만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부터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미국 중앙은행(FRB)이 주택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집값이 담보가치 이하로 떨어지며 모기지 업체의 손실도 급속히 커졌습니다. 이 문제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까지 확산되게 된 것은 모기지 업체들이 발행한 주택저당채권(MBS)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파생상품 때문이었습니다. MBS를 사들인 금융회사들이 이를 기반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낸 뒤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로 팔았습니다. 미국 주택 거품이 꺼지고 모기지를 받았던 이들이 빚을 갚지 못하자 부실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대출을 받은 개인과 모기지 업체의 부실이 MBS를 산 헤지펀드, 투자은행의 부실로까지 이어졌고 결국 전 세계 금융시스템까지 함께 흔들어 버린 것입니다.

금융시스템 위기로 신용경색이 발생하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저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 확대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저금리 정책과 두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자생적 회복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높아지는 실업률, 부진한 제조업지수 등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으로 인한 불안감만 가중되고 말았지요. 여기에 그리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불안감은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위기감으로까지 높아져 버렸습니다. 만약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인해 민간 채권단인 은행의 손실부담이 현실화되거나 인근 유럽 국가로 위기가 전염된다면 제2의 리먼 사태 재연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외국인의 영향력이 큰 국내 증시 역시 미국, 유럽발 우려로 세계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큰 폭으로 요동치고 있는 것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정책적 공조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신흥국 증시는 선진국의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피그스(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심화된 데다 미국의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면서 신용위험은 2008년 당시보다 오히려 악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금융위기의 상처를 떨쳐낸 듯했던 신흥국 증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 함께 빠져들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긴밀한 정책적 공조를 통해서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그렇지 않다면 2008년처럼 신용경색으로 인한 제2의 금융위기 사태가 벌어질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미국과 유럽발 위기에 따른 최근의 글로벌 폭락장은 한동안 잊혀져 가는 듯했던 3년 전 금융위기의 악몽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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