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문제가 갈수록 태산이다. 세계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일파만파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지만 해법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세계는 지금 유럽뿐 아니라 모든 국가가 높은 전염성으로 엮여 있어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게 분명하다. 중국을 비롯한 대다수 신흥국들도 이제 더는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못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선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돼 유로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그 불똥이 포르투갈 스페인을 거쳐 이탈리아까지 튈 것이 뻔하기에 어느 누구도 당장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리스 부도는 주변국의 금리상승과 역내외 은행들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신용경색으로 유럽의 위기처리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국가(정부부채)와 민간(은행손실) 부문이 서로 위험을 주고받아 예상보다 수습비용이 훨씬 커질 거란 점이다. 그리스의 현재 국채이자율이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지만 막상 그리스의 부도 처리는 유럽연합(EU) 전체에 질서 있는 정책대응을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
따라서 딜레마에 빠진 위기 당사자 유럽은 지금 그리스의 부도카드를 사용할 용기가 없다. 그리스라는 불을 끄고 시간을 벌기 원하는 EU는 어쩔 수 없이 당분간 그리스라는 둑을 막는 데 힘을 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공 여부와 방향성은 이번 주 예정된 몇 가지 이벤트에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이 문제는 그 해결방안이 거의 정해져 있지만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각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에서 수습에 상당한 시간과 진통을 수반한다. 이런 점에서 유럽사태는 반전의 반전, 위험의 여러 굴곡을 거쳐 세계금융시장에 보다 장기간 해악을 끼칠 것이다. 즉 유럽사태가 지금 당장 최종 파국을 맞을 확률도, 반대로 어떤 명확한 해결책에 바로 이를 확률도 모두 낮다는 뜻이다.
한 치 앞을 모를 일이지만 이제까지의 정황을 종합할 때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핵심국들이 지금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질서 있는 위기대응’과 ‘시간 벌기’라는 현실론이다. 지난주 세계금융시장이 험악해진 것도 이번 주 각국의 정책 공조를 압박하는 이유다. 이런 점들이 당분간 주가를 어느 한 방향이 아닌 실망과 기대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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