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급매물 쏟아져… 장기침체 늪 빠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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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기 빨간불… 부동산 시장 전문가 진단

《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이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1년 2개월 만에 코스피 1,700 선이 붕괴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투자한 집주인들이 대출 부담은 커진 반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줄면서 결국 가격을 낮춘 급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및 유럽발 금융위기의 악영향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악재로 매수심리가 더욱 얼어붙으면서 전·월세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 바로미터 강남 재건축 저가매물 급증

2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는 매매가가 0.03% 떨어지며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강남 재건축단지에서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서울 재건축아파트의 매매가는 0.23%나 하락했다.

7월 들어 반등의 기미를 보이던 강남 재건축아파트는 지난달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다시 주춤하더니 추석 연휴가 끝나자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초 13억8000만 원대에 거래되던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56m²는 지난달 10억1000만 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주 9억6000만 원까지 내려앉았다. 2009년과 비교하면 매매가가 최고 40%까지 떨어진 것. 인근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10억 원대가 무너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하지만 가격을 낮춰서라도 파는 게 낫다고 생각한 매도자가 나오면서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거래가 뚝 끊겼던 개포동 일대 재건축은 추석 이후부터 급매물 위주로 10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진 상태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110m²가 올 5월 11억8000만 원에서 최근 10억4500만 원으로 1억 원 이상 급락했다. 116m²도 12억3000만 원에서 10억800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신천동 진주아파트 등도 일주일 새 2000만 원 떨어진 매물이 나왔다. 잠실동의 B부동산공인 관계자는 “추석 이후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었다”며 “지난주 코스피 1,700 선이 무너진 이후 호가를 더 낮추겠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4분기도 암울한 전망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올해 안에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초부터 지방이 살아나고 수도권도 내년이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힘들 것 같다”며 “환율과 증시가 널뛰기하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대출이 더 어려워져 부동산시장은 살아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도 “해외 요인뿐만 아니라 국내 저축은행 문제도 겹쳐 있다”며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에 대한 대출 상환 압박이 심해지면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후석 명지전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부분적으로 회복 분위기가 감지됐는데 이번 위기로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중소형 시장 회복은 내년 봄, 전반적인 상승세는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소형 주택 가운데 좋은 조건의 매물이 있다면 지금 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집값이 지금이 거의 저점까지 내려온 상태라 부채 없이 구매하는 건 괜찮지만 대출을 안고 사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특히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구매자도 임대시장에 머물면서 전·월세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월세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전세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금은 오르는데 가계소득이 그대로라면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들이 월세로 돌아서면서 월세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교수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 집주인들이 월세로 돌려 임대수익을 얻으려 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돼 월세 공급이 늘고 은행 대출이자와 월세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월세 시장이 훨씬 빠르게 정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성용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장은 “금융위기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 주택 구입은 물론이고 전·월세 시장도 위축되면서 전·월세금 상승세가 억제될 것”이라며 “시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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